“2020년 계약 당시 t당 60만원이던 철근 가격이 공사를 시작하려는 지금 100만원이 됐습니다. 싼값에 아파트를 짓고 싶어도 건설사가 손해를 보면서 지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대형 건설사 현장 담당자)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에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마찰은 있었지만 최근처럼 수도권 주요 현장에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첫 계약 때보다 30~40% 불어난 공사비와 이를 반영한 분양가에 조합원들도 ‘화들짝’ 놀라는 상황이다.
고장력 철근도 크게 오른 품목 가운데 하나다. 2020년 t당 61만5000원이던 철근 가격은 2022년 100만원을 넘어섰다. 이달에는 3년 전 대비 63.41% 오른 100만5000원까지 뛰었다. 건축용 형강은 3년 사이에 51.31% 올라 t당 11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밀도섬유판(MDF) 역시 2020년 장당 1만6000원에서 이달 2만8010원으로 75.06% 급등했다. 건설현장에서 필수인 레미콘 단가는 매년 올라 3년 사이 상승률이 31.02%에 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활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건축자재 가격은 2022년 우크라이나전쟁 등을 기점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며 “최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시멘트업체들이 다시 가격 인상을 예고해 현장은 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기본형건축비와 건설공사비지수도 크게 올랐다. 2020년 12월 121.8이던 건설공사비지수는 작년 1월(141.91) 140을 넘었고, 12월 잠정치는 188.6으로 3년 사이 25% 이상 뛰었다.
공사비 인상 탓에 분양가가 급등한 단지가 속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개포한신은 공사비 인상 탓에 조합원 예상 분양가가 3.3㎡당 6060만원으로 뛰면서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21억원 선으로 책정됐다. 사업 초기 예상한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대였다. 공사비 증액 협상 중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역시 4700억원의 증액을 반영하면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6000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과거 시공계약 상당수가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삼았던 게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갈등이 생긴 단지 대다수가 2021년 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이제 착공을 앞둔 곳”이라며 “당시에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다고 했었는데, 건설공사비지수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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