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대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를 선임할 때까지 대표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오는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도 예정대로 참석한다.
구 대표가 사의를 밝힌 것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오래 이어지면 KT에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구 대표 취임 후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인 KT 주가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지며 약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이유로 “강력 매수 의견을 철회한다”(하나증권)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사회는 28일까지 남은 33명의 사내외 후보를 검토하고 국민연금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 7일께 최종 후보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지난달 초중순까지만 해도 연임 의지가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T는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7000억원 규모를 달성하는 등 실적도 좋았다. 통신회사였던 KT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탈바꿈시키면서 KT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흔들린 것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 등 소유 분산 기업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부터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듯이 내놓은 멘트의 무게는 앞서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힌 최대주주 국민연금과는 사뭇 달랐다.
이사회가 지난 9일 구 대표를 차기 대표로 추천하기로 한 종전 결정을 완전히 뒤집고 경선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하면서 구 대표는 본격적으로 연임 포기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 10조원을 돌파했던 KT 시가총액이 다시 8조원대로 고꾸라지는 등 지배구조 리스크로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보는 데 따른 스트레스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지배구조위원회에 경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T 이사회는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외부 자문단을 통해 사외 후보 18명과 사내 후보 15명(구 대표 제외) 등 총 33명 후보를 추려내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후보자를 압축하고 국민연금과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다. 이사회는 다음달 7일께 새 최종 후보를 발표해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 선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외 후보들 가운데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성태 디지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등이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년 이상 재직한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로 구성된 사내 후보들도 구 대표가 물러난 이상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뛰어들 전망이다. KT 주가는 이날 1.55% 내린 3만1700원(시가총액 8조2772억원)에 마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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