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TF 시장에서 제일 핫한 상품이 뭐냐. 라고 물어보시면 저는 이거 꼽을 것 같아요. 장기채 ETF. 돈도 많이 몰리고 있고, 그만큼 운용사들도 서로 내 만기가 더 길어! 경쟁하면서 상품을 내놓고 있거든요. 오늘은 왜 요즘 장기를 넘어 초장기채 ETF들이 쏟아지는건지, 국내 상장한 장기채 ETF들은 각각 어떻게 운용이 되고, 어떤 특징이 있는건지. 그래서 결국 나는 뭘 사야되는지. 한번 같이 고민해볼게요.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2/01.32725241.1.jpg)
그런데 지금 장기채를 이야기하는 건 이런 이유는 아니에요. 가장 관심을 받고있는 30년만기 한국 국채는 이자가 연 3%정도? 물론 이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선 매력적이겠지만, 지금 장기채에 투자하는 형님들은 연 3%를 보지 않습니다. 고정돼 있는 이자가 아니라, 채권 가격이 움직이면서 거기서 낼 수 있는 수익을 보는거예요. 채권도 주식처럼 사고 파는 게 가능하기때문에 처음에 만원으로 발행됐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9000원이 될 수도 있고, 1만100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표면 이자가 연 5%인데, 지금 채권 가격이 9000원이다. 이 채권 지금 사면 1년 뒤에 원래 가격인 1만원에 연 5% 이자도 받을 수 있다면, 결국 내 수중에 떨어지는 수익률은 연 15%가 되겠죠? 이런식으로 가격까지 포함한 수익률을 따지는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궁금한건. 금리 떨어지는 건 모든 채권이 그런거고 그러면 가격이 다 오를텐데. 왜 하필 장기채냐. 라는거예요. 이건 장기채 가격이 금리가 움직일 때 더 민감하게 움직여서 그렇습니다. 이게 왜 그런지 저는 이렇게 설명을 해볼게요. 제가 두명한테 100만원을 빌려줬어요. 한 명한테는 1년뒤에 갚으라고 하고, 다른 한 명 한테는 5년 뒤에 갚으라고 합니다. 제가 이때 돈을 왜 빌려줬느냐. 은행에 맡겨봤자 이자를 1%밖에 안준다고 하니깐. 친구들한테 2%로 빌려준거예요. 어 그런데 갑자기 은행 이자가 5%로 올랐어요. 그러면 저는 누구한테 빌려준 돈이 더 배가 아플까요?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2/01.32725242.1.jpg)
5년 뒤에 갚으라고 한 친구한테 빌려준 게 더 배가 아플겁니다. 왜냐하면 1년 뒤에 친구가 갚으면 그거 받아서 은행에 넣으면, 손해기는 해도 1년동안 인데. 5년뒤에 갚으라고 한 친구는 1%금리에 5년 돈 쓰다가 갚겠죠. 그러면 그동안 저는 은행에 넣어서 5%이자 받을걸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제가 1년 뒤에 돈 받기로한 계약서와, 5년 뒤에 돈 받기로한 계약서를 다른 사람한테 사가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5년 짜리 계약서는 엄청 가격을 깎고, 1년짜리 계약서는 가격을 좀 덜 깎겠죠. 정리하면 금리가 똑같이 오르더라도 만기가 긴, 먼 훗날에야 돈받을 수 있는 채권이 좀 더 배가아파진다. 가격이 빠진다. 라는겁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질 때는 그만큼 더 가격이 빨리 튀어올라오겠죠.
그러면 만기에 따라 금리가 얼마나 민감해지는거냐? 이걸 알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야됩니다. 듀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우리가 30년 만기 채권을 사도 발행하자 마자 사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실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은 30년보다 적게 남아있을겁니다. 또 중간중간에 이자가 나오는 채권이라면, 내가 투자한 돈을 중간에 조금씩 회수하게되니까, 내가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이 평균으로 따지면 좀 더 짧아지겠죠. 이렇게 실제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을 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듀레이션이 5년 남은 채권은 채권 금리가 1% 오르면 가격이 대략 5% 떨어집니다. 듀레이션이 10년 남은 채권은 금리가 1% 움직이면 가격이 대략 10% 움직이고요. 물론 이건 정확한 숫자도 아니고, 이걸 구하는 굉장히 복잡한 식들도 있지만 우리가 이것까지 알아야할까요.
우리가 알아야하는 건 결국 채권의 만기, 정확히는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크게 변한다는겁니다. 시소를 누를 때도 지렛대가 가까이 있으면 힘을 많이 줘야 저 끝이 움직이지만, 지렛대가 멀리 있으면 힘을 살짝만 줘도 시소가 많이 움직이잖아요.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해도 이해가 안되면 외우면 됩니다. 원래 학교다닐때도 수학은 암기과목이었잖아요.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2/01.32725244.1.jpg)
그렇다면, 다양한 장기채 ETF 중에서 어떤걸 고르는 게 좋을까. 이게 다음 질문인데요. 물론 다른 모든 ETF들처럼 운용보수, ETF 규모, 거래량도 따지셔야겠지만. 하나 더 따져봐야합니다. 듀레이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가 떨어질 땐 수익이 많이 납니다. 물론 반대로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올라갈 것 같고, 시중금리가 딸려 올라가면 그만큼 손해도 많아지겠죠. 레버리지 투자에 명과 암이 있는 것과 비슷하게, 장기채 듀레이션도 변동성이 크면 좋을 땐 좋지만, 나쁠 땐 나쁘다는겁니다.
분배금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차이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같은 국채 30년물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건 분기마다 투자하는 국채의 표면이자정도 되는 분배금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건 분배금을 돌려주는 대신 재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수수료는 낮은 것, 운용규모는 큰 것이 좋겠고요. 변동성이 큰 상품을 원하면 듀레이션이 긴 것, 최종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배당 받으면서 버티고 싶은 분이라면 분배금이 있는지 여부, 연금계좌에서 투자가능한지 여부까지 따지셔서 취향에 맞게 골라보시면 좋겠습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