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서비스무역세분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법률서비스 무역 수입액은 9억5770만달러(약 1조2480억원)로 전년보다 1% 감소했다. 2017년(7억9040만달러)부터 2021년(9억6740만달러)까지 5년 연속 이어진 증가세가 멈췄다.
법률서비스 무역 수입액은 국내 로펌과 법률사무소가 외국 기업이나 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거둔 수익을 의미한다. 외국 기업·기관의 한국 기업 M&A, 지분 투자, 부동산 거래 등 자문을 제공해 벌어들인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기업 투자와 관련한 거래가 줄어들면서 법률서비스 무역 수입 증가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조달비용 증가와 증시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몸값 하락에 기관들도 좀처럼 거래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경영권 이전 거래(사업부 및 영업양수도 포함) 규모는 47조663억원으로 2021년보다 28% 감소했다. 조(兆) 단위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는 4건으로 2021년(10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부동산 투자 시장도 냉랭하다. 건설자재 가격이 뛰어오른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공사가 연기되거나 중단된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대형 크로스보더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해외에서 직접 외국 기업·기관을 상대로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데 전 세계에 걸친 인플레이션 때문에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펌업계에선 법률서비스 무역 수입이 올해도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기미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 21일 S&P글로벌이 발표한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국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 하락세가 더뎌져 통화 긴축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하며 9개월 연속 5%를 웃돌고 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가 28.3% 오르면서 공공요금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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