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생년월일까지 같은 한국인 여성, 美서 겪은 '황당 사건'

입력 2023-02-24 10:20   수정 2023-02-24 10:30


미국에 건너온 한국 여성 2명이 미 연방정부의 실수로 같은 사회보장번호(SSN)를 발급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최근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원 도용 의심까지 당하는 불이익을 5년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미 NBC 뉴스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A씨와 시카고 외곽에 사는 B씨는 2018년 6월과 7월에 미 사회보장국(SSA)으로부터 사회보장카드를 각각 발급받았다.

문제는 두 사람의 SSN이 같았다는 것.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성과 이름이 같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장소는 달랐지만 생년월일도 똑같았다.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SSN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개설 등 미국에서의 경제생활에 필요한 개인 식별 번호다. 이후 두 사람의 은행 계좌가 폐쇄되고 신용카드가 차단됐다.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했다는 의심까지 받았다.

그러다 지난 4일 A씨가 자신의 신용카드가 취소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LA에 있는 거래 은행을 찾았을 때 남겨진 B씨 휴대전화 번호를 발견했다. 자신의 SSN을 사용하는 누군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비로소 파악한 이들은 SSA에 연락해 같은 SSN을 발급받았다며 해결을 요청했으나, 당국은 미온적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던 이들의 곤란한 상황이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그제야 SSA는 A씨에 대한 SSN은 그대로 유지하고 B씨에겐 새로운 SSN을 발급하기로 했다. NBC는 "같은 SSN을 잘못 부여받은 두 한국인 이민자가 자사 보도 일주일도 안 돼서 연방정부로부터 일부 구제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SSA 측으로부터 새 번호가 적힌 사회보장카드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전화와 함께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사과를 받진 못했지만, 더는 B씨와 SSN을 공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프 네스빗 SSA 대변인은 "우리는 두 사례를 인지한 뒤 신속하게 움직였다. 우리의 임무 중 하나는 이런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두 사람의 개인 정보와 소득 이력이 이제는 분리가 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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