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7일 08: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에 일반 주주들의 주식 50%를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82만원에 매입해줄 것을 27일 요구했다. 2021년 7월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53%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합의한 주당 매입 가격과 같은 금액이다. 24일 종가 기준 남양유업의 주가는 주당 61만원이었다.
차파트너스는 이날 남양유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5일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후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개 캠페인으로 전환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 주식 2만447주(지분율 3%)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 가지 안건을 상정할 것을 제안했다.
첫째 일반주주들이 보유한 보통주 및 우선주의 50%를 회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자기주식으로 취득하는 안이다.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측의 지분 거래 과정에서 소외됐던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회복해 달라는 취지다. 차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주당 82만원은 24일 종가에 비해 약 34.4%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취득 금액은 보통주 1233억원, 우선주 683억원 등 총 1916억원에 달한다.
남양유업 주가는 2021년 7월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회장 지분 53%를 주당 82만원씩 총 3107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때 8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홍 회장이 계약을 철회, 양측 간 분쟁이 발발하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차파트너스는 한앤컴퍼니가 계약을 체결했던 시점의 가격이 정상적인 기업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차파트너스는 이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 ▷정관변경을 통한 5:1 액면분할 ▷보통주 주당 2만원, 우선주 주당 2만50원의 현금배당 등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감사 선임은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일반 주주의 표심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외의 안건의 경우 주주총회를 통과하려면 과반 이상의 의결권이 가진 홍 회장의 찬성이 필요하다.
차파트너스는 ▷대주주 리스크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대주주 지분 양수도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소외 ▷법적 분쟁의 장기화 등이 주주제안을 내놓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차파트너스는 “한앤코가 홍원식 회장과의 주식양수도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남양유업의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분쟁 장기화에 따른 경영 공백으로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분쟁 과정에서 경시돼 온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에 무게를 두려 한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차종현 대표 등 플랫폼파트너스 출신 인력이 주축이 돼 2019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다. 국내 주주행동주의 투자의 태동기를 이끈 인물들로 꼽힌다. 이들은 2018년 플랫폼파트너스에 몸담을 당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지분을 매입, 위탁 운용을 맡은 맥쿼리자산운용의 높은 운용보수와 방만 경영을 들어 계약 해지를 주장해 보수 인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작년엔 코스닥 상장사인 토비스, 상상인,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섰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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