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이 유럽으로 수출한 천연가스 양이 전년의 두 배 이상 늘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유 수출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원유의 유럽 수출량은 하루 평균 168만8000배럴로 1년 전(109만5000배럴)보다 54% 늘었다. 에너지 정보 제공업체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스페인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는 하루 평균 16만5800배럴로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전년 동기(8만8300배럴)보다 8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국(36.4%)과 독일(35.6%), 프랑스(32.6%) 등 유럽 주요국들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도 30%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이 아시아로 수출한 원유는 하루 평균 157만9000배럴에서 140만4000배럴로 11% 감소했다.
대니얼 예긴 S&P글로벌 부회장은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는 이제 유럽 에너지 안보의 핵심 기반이 됐다”며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다시 지배적인 위치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미국산 원유와 유럽산 원유 가격 차이는 벌어지고 있다. 유럽의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의 가격 차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지난해 1월만 해도 배럴당 2달러 이하였으나 전쟁 이후 격차가 벌어졌다. 두 유종의 가격 차이는 지난해 6월엔 배럴당 10달러에 육박했다. 지난달에 배럴당 4달러대로 좁혀졌다가 이달 들어 다시 6.8달러로 벌어졌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보조금을 주면서 청정에너지 분야를 키우려 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유럽 수출과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유를 대량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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