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받은 홍원식 회장과 한앤코…'공개매수·감사 선임' 놓고 주판알

입력 2023-03-02 14:36   수정 2023-03-03 10:52

이 기사는 03월 02일 14: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새로운 타깃이 되면서 홍원식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차파트너스는 회사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로 사달라고 제안하면서 홍 회장에겐 의결권 위임을, 한앤코에겐 안건 찬성 협조를 요청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를 감사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공개매수와 감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놓고 홍 회장과 한앤코 모두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주총 전 차파트너스에 접촉해 조율을 시도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남양유업 주식 2만447주(지분율 3%)를 가진 차파트너스는 1월 홍 회장과 남양유업, 한앤코 모두에 접촉해 주주제안 의사를 전달했다. 홍 회장은 서신에 응답하지 않았고 남양유업 이사회는 면담을 거절했다. 한앤코에게도 지배구조 변경을 전제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논의를 위한 서신을 발송했으나 법무법인을 통해 “아직 홍 회장 주식 인수를 마치지 않았고 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전체 주주들에게 공개하기로 하고 지난달 27일 본격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차파트너스는 상법상 주주제안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 제안한 안건이 상정될 것이란 입장이다. 상법 제363조에 따르면 이사회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법령 혹은 정관을 위반하는 경우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주총에서 다뤄야 한다.

차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 요청은 사실상 한앤코를 카운터파트로 보고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앤코는 홍원식 회장 일가와 M&A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하면서 남양유업 새 주인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홍 회장이 대법원 상고를 이어가겠단 방침이지만 법조계에선 상고가 기각되거나 심리 없이 바로 선고해 1·2심 판단을 유지하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남양유업 새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은 변수가 됐다.

한앤코 입장에서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은 달갑지 않은 면이 많다. 남양유업 M&A가 지배주주에만 이득이 되고 있다는 점이 주주제안 취지의 근거가 됐다. 차파트너스는 앞서 2021년 7월 홍 회장이 한앤코에 지분 53%를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SPA를 철회하면서 분쟁이 발발,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었으니 이들에게도 지분 인수가(주당 82만원)와 동일하게 M&A 프리미엄을 공유하라고 주장했다.

차파트너스는 “일반주주와 우선주 주주 총 7000명 이상이 각각 50%, 75%의 M&A 디스카운트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과거 일부 PEF 운용사들의 상장사 인수와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가치가 훼손된 사례가 있다” “지배주주 변경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주주로 남을지 투자를 회수할지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주장들은 한앤코에게도 압박이 되고 있다.

공개매수와 배당(보통주 2만원·우선주 2만50원) 등의 안건이 대규모 현금을 유출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일반주주 주식 50%를 주당 82만원에 자기주식 형태로 매입해달라 요구했다. 28일 종가(56만5000원) 기준으로 45% 높게 사줘야 한다. 보통주 1233억원·우선주 683억원을 더해 총 1916억원이 드는 규모다.

차파트너스는 순현금성자산에 약 1500억원 가치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안을 자기주식 재원 마련 방법으로 제시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67억원의 순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인데 4분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감소로 현재는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8000억원에 이르는 배당가능이익도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인데 이를 활용할 경우 사모펀드로선 투자 회수 규모에 타격을 입게 된다. 더욱이 남양유업은 아직 적자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23일 공시된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868억원, 당기순손실 782억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다.

가장 큰 부담은 감사 추천 카드다. 차파트너스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하더라도 감사 선임을 통해 경영 견제에 나서겠다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을 역임한 심혜섭 변호사를 추천했다. 100% 지분 인수가 아니라면 일반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상존하니 지배구주 변경 후에도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홍 회장과 향후 인수 성공을 가정한 한앤코 모두 불편한 관계의 시어머니 한 명이 생긴 격이 됐다. 양측 모두 감사 선임 안건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코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홍 회장이 주총에서 돌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그간 주주들의 권리 회복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회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들어주고 용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차파트너스에 무응답을 고수 중인 홍 회장과 한앤코가 주총 전 차파트너스에 접촉해 주주제안 안건들을 놓고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령 공개매수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대신 감사 선임 안건은 무르는 식이다.

한앤코로선 공개매수 안건을 역으로 이용해 추후 남양유업을 자진 상장폐지하는 안을 고려해볼 여지는 있다. PEF가 기업을 인수한 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상폐를 추진하는 사례는 더러 있어왔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성공해 지분 89%를 확보한 UCK 컨소시엄(유니슨캐피탈코리아·MBK파트너스)도 자진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다. 코스닥 시장은 상장폐지 규정에 최소 취득 지분율이 별도로 제시돼있지 않지만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남양유업의 경우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폐 추진 시 최대주주가 최소 95%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매각에 대한 소액주주 반발을 피할 수 있고 공시 의무가 사라져 경영정보 노출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재상장하는 방식으로 더 큰 시세차익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아직 인수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계산이란 관전도 있다. 자진 상폐를 하더라도 회사 자사주 소각을 전제해야 해 과정이 까다롭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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