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모임 '민주당의 길'이 28일 정례 회동을 취소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계파 갈등 우려가 나오자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길'은 이날 예정됐던 회의와 저녁 비공개 만찬 모임을 취소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길은 홍영표·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박용진 의원 등 30여명의 비명계 의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의 길이 돌연 일정을 취소한 이유는 지지층과 당 안팎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30표 이상의 민주당 '이탈표'가 발생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비명계의 '조직적 반란표'라는 해석이 나왔다.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민주당에서만 최대 37명이 찬성이나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이탈표 색출 작업'에 나서는 등 비명계 의원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결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 공유되고 있다. 의원이나 보좌관에게 문자를 보내 부결표를 던졌는지 묻고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게시물도 다수 확인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비명이 아니란 인증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길도 일단 분위기를 지켜보며 '자중 모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도부는 당내 체포동의안 여진을 수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표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당 지도부와 함께 살피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종환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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