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A사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공인받은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기대하며 최근 2년간 사업을 확장한 게 화근이 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거래업체가 도산하면서 2억여원이었던 매출채권 규모가 7억여원으로 급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정비를 대출로 충당했지만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회사는 올해 1월 파산 신청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시기 무섭게 ‘도미노 파산’ 공포가 산업계를 덮칠 기세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경기 침체까지 4중고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마지막 선택’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오던 탄탄한 중소기업들마저 회생이 아니라 파산을 선택하는 등 올해 건설, 제조 등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 창원 등 주요 산업단지가 있는 영남 지역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1월 기준 창원 지역의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5건.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25건)의 20%에 달하는 기업이 한 달 새 파산 신청을 했다.
제조업 역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6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옮긴 ‘리쇼어링’ 업체들이 특히 문제다. 경기 김포의 한 유압실린더 업체가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연이율 1~2%의 사업자금을 빌려 썼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연 5%까지 치솟자 영업이익만으로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해외 발주가 늘어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조선기자재업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전환하며 과거에 경쟁력이 있었던 벌크선 등의 수주는 중국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철강 등의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하는 중소 업체들은 이미 생산설비를 하나씩 처분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오현아/민경진/최한종/창원=김해연/부산=민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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