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공을 위한 비전’이란 정책 문건에 있는 내용의 일부다. 엔비디아, 퀄컴 등 미국 팹리스가 미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기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한 것이다. 다른 국가에 생산시설이 있는 파운드리 업체에 ‘미국 투자’를 압박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한국 파운드리 업체 역시 미국 추가 투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파운드리 생산시설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상무부가 세계 파운드리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내 공장을 많이 지어달라는 정책 방향을 직설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미국에 기반을 둔 직원들이 미래 세대 기반이 되는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확장하도록 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이미 170억달러(약 22조5200억원)를 투입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2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추가 투자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저도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미국 투자 규모에 비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TSMC는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20억달러에서 400억달러(약 53조원)로 확대했다. 역대 해외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규모를 통틀어 최대 수준이다. TSMC 피닉스 1공장은 2024년 생산을 시작한다.
인텔도 미국 투자를 늘리며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인텔은 애리조나주,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랜디드 타쿠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2위인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는 선전포고다. TSMC와 삼성전자 간 ‘2파전’인 파운드리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하려면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상대적으로 미국 투자 규모가 큰 TSMC, 인텔에 유리한 판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 생산 수율, 원가경쟁력뿐만 아니라 고객사 확보 정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며 “미국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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