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공개된 반도체지원법 1차 세부 내용을 보면 미국은 다른 나라의 반도체 보조금을 조정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각국 정부가 필요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6000억달러(약 800조원)가량인 세계 각국의 반도체 보조금이 2030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미 상무부는 정부 보조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동맹국들과 전체 반도체 수급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각국의 보조금 프로그램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도 지난달 24일 연설에서 “동맹국들과 협력해 공급망 회복에 힘쓰고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의 의도대로 각국 정부가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면서 원활하게 반도체를 생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세계 반도체 공장을 미국으로 모으고 있어 유럽을 중심으로 동맹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정책이 유럽 내 많은 일자리를 고사시킬 것”이라며 “(미국 정책은) 서구를 분열시키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별 반도체 보조금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25%로 올리자 대만도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25%로 상향했다. 일본은 설비투자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반도체지원법을 마련해 연내 입법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국도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로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보조금 경쟁 속에서도 동맹국들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는 동참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합류한 게 대표적 예다. 미국은 중국 압박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퀄컴, 인텔 등 미 업체들의 수출허가 취소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이주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