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남녀 경제격차 지수가 104위까지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를 면치 못했다. 한국은 65위로 2007년부터 일본을 앞섰지만 세계적으로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세계은행은 '2023년판 여성의 경제적인 권리(Women, Business and the Law 2023)'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세계 190개국을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처우와 결혼 및 육아, 창업, 연금 등 8개 항목의 평가결과를 지수화해 1971년부터 매년 발간한다.
일본은 공동 104위(78.8점)로 지난해보다 순위가 한계단 떨어졌다. 일본의 순위는 2020년 74위, 2021년 80위, 2022년 103위로 매년 순위가 떨어지고 있다. 선진 7개국(G7)은 물론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OECD 평균은 95.3점으로 일본은 80점이 안되는 유일한 나라였다. 후진국을 포함한 전체 평균(77.1점)을 간신히 넘었다.
일본 여성들은 직장에서의 대우(50점)와 임금(25점), 창업할 때의 제약(75점) 등에서 남성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은행은 "일본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직장내 성희롱을 벌하는 법률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85.0점으로 공동 65위였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4계단 떨어졌다. 한국 역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직장에서의 대우와 이동, 결혼, 자산, 연금과 관련한 환경 등 5개 분야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임금격차(25점)에서 최저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창업 환경 또한 75점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육아 분야의 점수는 80점으로 지난해 20점에서 크게 개선됐다.
한국은 1971년 첫 조사에서 38.1점으로 62.5점을 받은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07년 79.4점으로 76.3점의 일본을 처음 앞섰다. 2009년 85.0점을 받아 처음으로 80점대를 넘었지만 이후 1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16개 나라가 전 부문 만점을 받아 공동 1위였다. 아시아 국가 및 지역 가운데는 홍콩이 91.9점(공동 36위)으로 가장 높았다. 미국과 대만은 91.3점으로 공동 38위였다.
세계은행은 지난 1년간 18개국이 45건의 남녀격차를 줄이기 위한 법 개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001년 이후 개선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노동현장에서 24억명의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방치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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