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끌고 오시길래 어디 여행가나 했는데 캐리어 안에서 태블릿, 노트북, 거치대, 책, 무릎담요가 쑥쑥 나온다. 무섭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한 카페 사장이 올린 글 내용이다. 이처럼 카페에 멀티탭까지 챙겨와 전자기기를 충전하고 장시간 앉아있는 손님이 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카페에서 장시간 앉아 공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카공족'을 넘어 '전기 도둑', '전기 빌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다.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카페 전기 도둑 잡았다'는 제목의 글이 확산됐다. 공개된 사진에는 테이블 위에 마시다 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노트북, 각종 충전기, 멀티탭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작성자는 "전기를 얼마나 쓰려고 멀티탭까지 들고 다니나 싶었는데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과 태블릿만 하더니 노트북은 만지지도 않더라"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남겨뒀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개그 전문 채널 '너덜트'가 업로드한 '카페 전기 도둑'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대학생들이 개인 카페에서 가장 값이 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킨 뒤, 멀티탭을 챙겨와 노트북과 휴대폰, 보조배터리까지 충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카페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하며 장시간 앉아있는 일부 손님을 풍자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카공족을 잘 표현했다"며 공감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845만을 기록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카공족으로 회전율이 낮아져 손해가 발생한다면서 자구책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러 노래를 크게 튼다", "콘센트를 전부 막아 버렸다" 등 의견을 내놨다. 또 "자영업자는 땅 파서 장사하나", "적당히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등 불만도 쏟아졌다.
반면 이들이 전기를 '훔쳐' 쓰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룸에서 자취하는 청년의 경우,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 데다가 최근 난방비 및 전기세까지 올라 카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자영업자가 시간제한을 두면 될 일", "손님이 많고 적고 등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나을 것" 등 카페 측에서 대처하면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도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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