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뭘 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뭘 잘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 교수는 2014~2015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반도체 분야 석학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육성’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황 교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진짜 두려운 건 보조금 액수가 아니라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의 입에서 ‘메모리반도체’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론이 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 등을 추월하면 지금과 같은 협상력을 기대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한국에 두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마이크론보다 월등하게 우수해야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아킬레스건으론 ‘인재’를 꼽았다. 황 교수는 “반도체 교수들이 인공지능(AI), 바이오, 에너지, 환경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대학에서 반도체 교수를 뽑고 싶어도 뽑을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 지원 등 현실적인 문제가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꼽혔다. 대학 연구비 등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교수, 학생들이 반도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황 교수는 “반도체에 대한 정부 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리고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