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가 더 처절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에 우크라이나가 끝내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측에선 용병단체인 바그너그룹이 탄약 부족을 호소하며 러시아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인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제한적인 철수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철수) 의도가 무엇인지는 속단하기 이르다”고 짚었다. 바흐무트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된 도시다. 러시아를 지원하는 용병단인 바그너그룹이 인근의 소금 광산을 확보하고자 바흐무트 점령을 위해 5만명의 용병을 보내서다.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러시아군은 바흐무트의 서쪽을 제외한 3면을 점령한 상태다.
포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불리해졌지만 그렇다고 러시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상황도 아니다. ISW는 “러시아군이 (진격하려면) 바흐무트 도심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가전은 러시아군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는 세베로도네츠크, 리시찬스크 전선에서 전략적 철수를 한 뒤 시내로 진입한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준 전과가 있다.
러시아는 보급에도 애를 먹고 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4일 밤 “바그너가 바흐무트에서 후퇴하면 러시아의 전선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러시아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약속했던 탄약 지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나자렌코 우크라이나 방위군 부사령관도 ”러시아는 탄약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은 전황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 그는 “러시아가 전쟁에 패할 경우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희생양으로 삼길 원하고 있을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후퇴한다면 전쟁에 패배하는 전철을 밟은 사람들로서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점령 지역을 안정하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6일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도시인 마리우폴을 방문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 중 하나다. 영국 매체 BBC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지난 4일과 5일에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를 순방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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