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주 여전…견제 나선 美공화 잠룡들

입력 2023-03-06 17:49   수정 2023-03-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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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대권 후보 경쟁 구도가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속에 일부 인사는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가 하면 ‘반(反)트럼프’를 표방하는 잠룡들은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공화당 내 대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내가 대선에서 지면 미국 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공개된 미국 보수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여론조사에서 6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득표율은 20%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어떤 일로 검찰에 기소돼도 내년 대선 레이스 중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가 대선에서 지면 미국은 영원히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PAC는 미국 보수진영의 최대 행사로 그동안 대선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들어 영향력이 약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후 완전히 ‘친트럼프’ 성향으로 기울어 극우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부통령 후보 지지율 1위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지난해 애리조나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캐리 레이크가 차지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폭스뉴스가 지난달 26일 시행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3%의 지지율로 디샌티스 주지사(28%)를 15%포인트 앞섰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7%로 3위였다. 지난달 28일 나온 에머슨대 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55%로 디샌티스 주지사(25%)를 두 배 이상 차이로 이겼다.
트럼프 견제에 나선 잠룡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가 계속되자 다른 후보들의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는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나와 “이번 대선에선 사려 깊고 미국을 뛰어난 국가로 만들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결코 인터넷을 폄하하지 않고, 햄버거를 던지지도 않으며, 모든 시간을 트위터나 생각하며 보내지 않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공화당 내 대선 후보군에 속한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도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 출마하겠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4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헤일리 전 대사는 출정식에서 “75세 이상인 정치인들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며 76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후보 난립 우려를 제기하며 “내년 대선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호건 전 주지사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성공적인 집권 여당이 되기 위해 우리는 트럼프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 선언 시점이 공화당 내 대선 구도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의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하나의 대안 후보로 응집하지 않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라며 “아이오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초반 3개 주 경선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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