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낮아진 것은 작년 4월 이후 10개월만에 처음이다. 물가가 상승하되 상승률이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향후 다시 물가 상승률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 4월(4.8%) 이후 10개월만이다. 물가 상승률은 작년 6월(6.0%) 6%대로 올라선 뒤 7월 6.3%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둔화한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어온 석유류 가격이 하락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2월에 뚜렷하게 나타난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8.4%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향후 에너지 사용이 많은 산업군의 제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4%의 상승률은 통계청이 전기·가스·수도의 가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1월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기획재정부는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4%대에 진입한 물가 상승률의 안정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누적된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식품·서비스 등 품목의 가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 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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