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업계가 PC업체 등 기존 고객사에서 수요 급감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업체가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전기차 업체들이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생산 목표를 높게 잡으면서 반도체 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는 지난해 137만대를 생산했지만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뒤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테슬라는 현재 12인치 웨이퍼를 약 70만개 사용하고 있다"며 2030년 생산 목표를 달성할 경우 "웨이퍼 800만개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경영자들도 자동차용 반도체 소비가 크게 늘었으며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1년 기준 자동차에는 평균적으로 12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는 2010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다. 네덜란드의 NXP세미컨덕터, 독일 인피니온,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스와 텍사인스트루먼츠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차량용 반도체 매출 증가를 보고했으며 올해 이 부문의 매출 증가를 전망했다.
미국 마벨테크놀로지의 매튜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기 회사의 전체 매출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자동차 관련 매출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자동차 반도체 매출이 현재 1억달러에서 향후 몇 년 안에 5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NXP의 자동차 반도체 판매는 작년에 25%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약 15%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르네사스의 자동차 부문은 지난해 약 40% 성장했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점유율 약 25%를 차지하는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지난해 이 부문 성장률을 29%로 보고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수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 AMD 등 대표적인 프로세서 업체들은 PC 수요 급감에 고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업계 전의 출하량이 1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의 대표주자인 퀄컴은 최근 분기 실적에서 휴대폰용 반도체 매출은 18% 감소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는 58%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