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7일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미국 정부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며 "칩4 동맹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김 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절체절명의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 28일엔 반도체 지원법의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했다. 두 법은 중국과의 교역을 제한하고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문제의 반도체 지원법은 보조금을 주는 대신 재무 건전성을 검증할 수익성 지표와 예상 현금 흐름 전망치를 제출하고, 영업비밀로 지켜야 할 기대수익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초과수익 환수 조항에 대해서도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 범위에서 미국 정부에 이익금을 반납해야 한다"며 "최대 395억 달러(약 51조원)를 도로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 유예가 되었던 '고급반도체와 생산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가 다가오는 10월에 시행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게 될 피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며 "중국을 배제하는 길로 가기도 전에 우리 반도체 기업은 고사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미국 정부에 '반도체 지원법'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보조금을 빌미로 영업비밀 공개를 비롯해 공장 개방 및 초과 수익 환수 등 통상적이지 않은 과다한 내용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와 관련해선 "미국 정부가 끝까지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최소한 중국에서 생산할 반도체의 기술 수준을 낮추지 말고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절박함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라며 "민주당도 여야를 넘어 국익을 위해 함께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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