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썼다가 그만 '펑'…돈 아끼려다 폭탄 됐다

입력 2023-03-07 18:02   수정 2023-03-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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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 시작된 전기 자전거 혹은 스쿠터 열풍이 최근 미국 내 주요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기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중국산 개조된 중고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치명적인 화재 발생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에서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기기에서의 화재 피해 사례가 급증해 화재의 주요 원인인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미국의 전기자전거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세계경전기차량협회(LEV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기자전거 수입 규모는 약 11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0년(45만대) 대비 2.5배, 2021년(88만대)보다는 30만대가량 늘어난 규모다. WSJ는 "고유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전기로 된 이동 수단으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원인은 수준 이하의 자재 사용,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손상 등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비용 절감을 위한 중국산 또는 개조된 중고 배터리 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런 화재는 대도시인 뉴욕에 집중되는 경향성이 포착된다. 뉴욕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 발생 건수는 총 216건으로 전년(104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에는 이미 30건의 화재가 발생해 총 40명이 다치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월 뉴욕 퀸스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어린이 18명이 다쳤다. 브롱크스에서는 지난달 말에 이어 지난 5일에도 전기자전거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다쳤다. 지난 5일 오전 10시40분경 도로에 세워져 있던 전기자전거에서 발생한 불은 5분 만에 근처 슈퍼마켓과 세탁소로 번졌고, 이 화재 진압에 200명의 소방관이 투입되기도 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 배터리에 비해 효율이 뛰어나고 무게도 가벼워 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의 주요 동력으로 사용된다. 다만 높은 온도에서 쉽게 폭발할 수 있고, 비싼 가격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전기자전거 판매업체, 사용자들은 중국산 또는 중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을 선호하고 있고, 이것이 화재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엄청난 양의 열을 방출할 뿐만 아니라 유독 가스도 생성돼 밀폐된 공간에서 특히 위험하다. WSJ은 "많은 전기자전거 화재는 사람들이 잠든 시간, 배터리를 충전할 때 주로 발생한다. 또 배터리 충전이 주로 집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관련 화재 피해는 상당하다"고 부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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