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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찾은 경남 하동군의 한 녹차밭. 3만3000㎡ 차밭 곳곳에서 누렇게 변한 찻잎이 눈에 띄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겨울 강추위에 말라버린 찻잎이다.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바스러질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제다원(차를 만드는 곳) ‘청석골’을 운영하는 황인수 녹차 명인(64)은 “녹차는 잎을 일일이 따야 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세 번에 걸쳐 제초 작업을 해야 해 손이 많이 간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근로자 20명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일할 사람이 7명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양상은 고추, 참깨처럼 손이 많이 가는 작물에서 주로 나타난다. 이들 작물도 녹차와 마찬가지로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 국내 소비분을 중국, 인도 등의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참깨 재배면적은 2012년 말 2만5076㏊에서 2021년 말 2만2039㏊로, 고추는 4만5459㏊에서 2만9770㏊로 쪼그라들었다.
재배면적 축소는 고질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풋고추는 현재 10㎏에 10만5501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작년 평균(6만3717원)보다 65.5%, 평년(2018~2022년)보다 94.4% 비싼 가격이다.
고추 주산지인 경북 봉화군, 청송군, 영양군은 산업연구원이 개발해 지난해 말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가 0.4에 불과한 곳들이다. 이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멸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이들 지역은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농가 고령화로 인한 재배 기피, 노동력 부족 등으로 건고추 재배면적이 연평균 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비료 가격, 냉난방비 등 재배 비용도 최근 1~2년 새 부쩍 증가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1만3200㎡ 규모의 화훼 농장을 운영하는 고경남 씨는 “꽃을 키우려면 1년 내내 영상 18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냉난방비가 많이 든다”며 “숙달된 외국인 노동자의 월 임금도 35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치솟아 문을 닫는 농가가 많아졌다”고 했다.
실상이 이런 만큼 식량 자급률 급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양정자료에 따르면 2021년 식량자급률(국내 생산 식량÷국내 소비 식량)은 전년 대비 5.3%포인트 급락해 역대 최저인 40.5%(완전 건조 중량 기준)로 추락했다. 안병일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가에서 종자 매입부터 농산물 수확까지 드는 생산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작물 재배를 중단하는 농가가 늘어날수록 식량 자급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한경제/안시욱/조봉민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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