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근로시간제 개편에 큰 기대 건 中企업계

입력 2023-03-08 18:04   수정 2023-03-09 00:52

“지금까진 기술이 있어도 주 52시간제 때문에 규모가 큰 글로벌 대기업의 일감은 ‘그림의 떡’에 불과했습니다. 이젠 해외 영업팀이 바빠질 시간이네요.”

8일 만난 경기 동부의 한 전자업체 A대표의 목소리는 모처럼 들떠 있었다. 최근 정부가 ‘주 52시간’에 묶여 있던 근로시간을 개편하는 안을 공개하면서 작업장 내 시간 사용이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돼서다. 정부의 개편안은 지금까지 70년간 주(週) 기준이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기준으로 확대해 ‘몰아서 일하기’가 가능해진 점이 핵심이다. 연장, 야근, 휴일 근무 뒤 발생하는 휴가를 적립해놨다가 ‘몰아서 쉬는’ 길도 텄다.

A대표뿐 아니라 “이제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겠다”며 반색하는 중소기업인이 적지 않다. 대기업처럼 수주 물량을 쟁여놓을 수 없는 중소기업은 일감이 일정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몰릴 때는 한없이 몰리고, 적을 때는 파리만 날리는 ‘일감의 불규칙성’은 영세업체에선 흔한 일이다.

경기 남부에서 휴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는 “휴지는 명절이나 겨울이 대목이고 습기를 먹는 장마철이나 여름은 비수기”라며 “이젠 비수기에 ‘버리던’ 시간도 줄고 성수기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돼 매출이 늘 전망”이라고 기뻐했다. 경기 수원의 한 도시락 업체 C대표도 “주문이 밀릴 때 음식 솜씨가 좋은 아줌마들을 집중 투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젠 아무리 주문이 밀려도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유연하고 효율적인 추가 근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기중앙회가 30인 미만 제조업체 400곳을 대상으로 벌인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1%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추가 근로를 하지 못할 경우 응답 기업의 66%가 ‘일감이 생겨도 더 일할 수가 없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작업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노동 강도만 세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표를 근로자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악덕 업주로만 보고, 중소기업 현실에 눈을 감아서는 그 어떤 개선도 이룰 수 없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애쓰고 배려하는 기업가가 대부분”이라는 한 중기인의 항변이 귓가를 계속 맴돈다. 지금이야말로 어렵게 첫발을 내디딘 근로시간 개편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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