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청년 주거대책이 수십 개씩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청년 수요가 몰리는 직접 주거 공급은 태부족인 상황이다. 비싼 땅값과 민원에 따른 인허가 지연에 당초 약속한 공급마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에는 총 1018명 모집에 8만5296명이 몰렸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민간사업자가 청년층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오피스텔 형태로 지하철역에 인접해 있어 교통 여건이 좋은 편이다. 공공임대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 민간임대는 85~95% 선이다. 서울대입구역 역세권 청년주택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권모씨(30)는 “주변 시세에 비해 보증금과 임차료가 싸고 신축이라서 들어가고 싶었는데 신청 자격이 까다롭고 경쟁률이 너무 높아 떨어졌다”고 했다.
기숙사형 청년주택도 청년들의 선호가 높지만 해마다 공급이 줄고 있다. 지난해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216명 모집에 1만359명이 신청해 4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대학 기숙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도심 내 건물 등을 사들여 시세의 40% 수준에 공급하고 있다.
100개 넘는 청년 주거정책 중 그나마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대책이지만 공급은 당초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공급되는 양재역 코네스트는 지난해 11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올해 말로 입주 예정일이 늦춰졌다. 높은 용적률을 적용한 청년주택을 두고 인근 주민이 일조권·조망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민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역삼동 역삼더원도 공사 소음에 따른 인근 주민의 잇따른 민원으로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
LH가 민간 운영 업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기숙사형 청년주택도 관리 문제로 당초 계획만큼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기숙사형 청년주택의 경우 관리인을 상시로 둬야 하고 전체 동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21년 917가구가 공급된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지난해엔 216가구에 그쳤다.
김은정/안시욱/오유림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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