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바이든과 '반도체법·IRA' 해법 조율…"기업 불확실성 최소화"

입력 2023-03-08 18:18   수정 2023-03-09 02:59


한국과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4월 26일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하면서 회담에서 다뤄질 핵심 의제 조율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제 강화 등 안보 분야와 함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 경제 현안도 의제에 오르게 된다. 한국 기업들의 관심사인 경제 분야에서 양국 정상이 도출할 성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의미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이 중 두 가지가 경제 현안이다. 김 실장은 “경제 안보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안정적인 공급망, 우주, 사이버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입법과 관련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불식할 방안도 미국 당국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IRA, 반도체지원법 등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주요 동맹국인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히 소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법과 관련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39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그 조건으로 미 당국의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예상 초과 이익공유 등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도 반도체법이 동맹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눈치였다”며 “그런 맥락에서 좀 더 영향 분석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달라는 그런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대만 등 동맹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IRA는 발등의 불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터리도 북미에서 조립한 부품과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미국이 발표할 시행령에 국내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선 한국과 같은 동맹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반도체법에 대해서는 “당초 입법 취지와 다른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분야 한 전문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성과는 안보보다 경제 분야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 공급망 재편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한국 대통령으로선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2년2개월 동안 미국을 국빈 방문한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뿐이다. 특히 국빈으로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에게는 정상회담 외에도 의장대 사열을 비롯한 공식 환영식, 21발의 예포 발사,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국빈 만찬 등 최고 수준의 예우가 제공된다. 숙소로는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가 제공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미국 첫 방문은 공식 방문과 실무 방문의 중간 격인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태로 진행됐다.

좌동욱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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