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9일 18: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미국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메자닌 대출 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담보 대출을 이중으로 제공하는 등 투자자들 속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리츠증권은 "기관투자자를 속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민원이 제기된 만큼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있었는지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메리츠증권이 2018년 미국 텍사스주 프론테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관련 메자닌 대출 펀드를 조성 및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법 여부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 소재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운영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대출 펀드를 조성했다. 롯데손보는 2019년 2월 약 65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손보 외에도 KDB생명, 교원라이프, 교원인베스트먼트, 한국거래소 등 국내 투자자들이 펀드 출자자로 나섰다.
하지만 2020년 12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선순위 대출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이후 발전소는 미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021년 8월에는 기업회생절차가 종료됐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를 비롯해 국내외 메자닌 대출 펀드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손해보게 됐다.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이 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이중담보를 제공했고, 미래 투자 이익에 대해 부풀리기를 하는 등 투자자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은 메자닌 대출 투자자 모집 당시 인터미디에이터코퍼레이션이라는 특수목적회사(SPC)의 지분 100%를 담보로 제공했다. 인터미디에이터코퍼레이션은 제너레이션코퍼레이션이라는 선순위 대출자 모집을 위해 만든 SPC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고, 제너레이션코퍼레이션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롯데손보는 인터미디에이터코퍼레이션의 지분은 사실상 담보가치가 없는 '깡통 담보'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발전소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2017년 선순위 대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발전소의 부동산과 함께 제너레이션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선순위 대출자들에게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 펀드 투자자는 "메리츠증권은 제너레이션코퍼레이션의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사실을 메자닌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면서 "인터미디에이터코퍼레이션은 발전소 관련 지배구조상 불필요한 존재로 이중 담보 의혹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SPC에 불과하다"고 했다.
롯데손보는 "발전소 가동률이나 전기 판매량당 매출총이익 지수인 스파크 스프레드(spark spread)도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높게 제시됐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펀드 자금도 모집 당시 계획과는 다르게 쓰였다는 주장이다. 메리츠증권 등은 펀드 모집 당시 투자금이 발전소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대부분 후순위 지분 투자자이자 발전소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투자금 회수 용도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IB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대출 펀드를 통해 블랙스톤은 1000억원 넘게 지분 투자금을 회수했고 현재 남은 지분투자금은 100억원 정도에 불과한 걸로 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메자닌 대출이 사실상 지분 투자였던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메리츠증권이 이번 투자 건을 과거 내부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시켰던 전력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칠 때의 투자 조건과 외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투자 조건이 변경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투자위험을 충분히 사전 공지했고, 투자 조건을 바꾸거나 부풀리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투자 위험과 구조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해당 구조는 해외 화력발전소 딜에서 일반적인 구조"라며 "담보 관련 내용도 법률 실사보고서 등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투자자 모두 내용을 알고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딜의 손실은 코로나19로 발생한 천재지변에 기인한다"며 "전력수요 및 가동률이 급감하고 전력가격 또한 낮아지며 선순위 투자자도 약 94% 손실을 봤다"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현지 실사까지 했는데 기관투자가가 이 같은 사실도 모르고 투자했을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일 투자 건을 과거 내부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며 "총액 인수에 앞서 투심위를 연 것이 전부"라고 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 등에서 해당 건에 대해 조사를 의뢰한 만큼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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