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노동조합이 사측과 연간 5%를 웃도는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일본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에 기업들이 발 빠르게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상황이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노조 연맹인 ‘UA젠센’은 사측과 임금의 연간 5.28% 인상안에 조기 합의했다. UA젠센은 서비스, 섬유, 유통, 의료, 화학, 에너지 등 18개 부문 산하 노조로 구성된 일본 최대 규모 노동조합이다. 이번 합의는 노사 협상 결과가 통상 발표되는 시점인 오는 15일보다 6일 앞서 나왔다.
일본 정부는 물가 상승 속도에 맞춰 올해 기업들이 임금을 연간 3% 이상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에 뒤쳐지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시다 내각은 임금 인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5일 노·사·정 합동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일본은 인플레이션에 비해 임금 상승이 정체되면서 지난 1월 종업원 5인 이상 업체의 실질임금이 전년 동기보다 4.1%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노동자의 2021년 평균 연봉은 3만9711달러(약 5250만원)로 1991년(3만7866달러) 이후 거의 오르지 않았다. 한국(4만2747달러), 미국(7만4738달러)보다 낮다.
다른 일본 노조들도 사측과 대규모 임금 인상에 합의한 상태다. 지난달 22일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노조 측 요구를 수용해 2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혼다자동차도 노조의 임금 5%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게임업체 닌텐도는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음에도 근로자 기본급을 10% 올리기로 했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소유한 패스트리테일링은 신입 사원과 신임 정장의 월급을 각각 약 18%, 35% 인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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