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도 수출 통제…中 반도체 '고립무원'

입력 2023-03-09 18:08   수정 2023-03-10 01:41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있는 네덜란드가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가 행동에 나서면서 중국의 반도체산업 고립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 차원 통제 목록 만들 것”
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이날 의회에 “국가 안보를 위해 특정 반도체 생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 통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관련 규정은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도입하고 국가 차원의 통제 목록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스레이네마허 장관에 따르면 특정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기업은 앞으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그는 제재 대상으로 중국이나 ASML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서한을 통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포함해 고사양 시스템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UV 노광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구형 모델이다. EUV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극자외선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기술이다. 회로를 얇게 그릴수록 반도체 생산성이 높아지고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반도체 미세공정에 꼭 필요하다. DUV는 최첨단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쓰인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2019년 ASML의 EUV 중국 판매를 금지했으나 DUV 장비 수출은 허용해왔다.
ASML “中 기술 탈취 대비”
로이터는 일본도 이르면 이번주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 주요 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4위 램리서치 등과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D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니콘도 통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까지 행동에 나서면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를 생산하는 ASML은 중국발 기술 유출 대비에 나섰다. 이날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지식재산권(IP)과 노하우 유출에 민감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중국은 자체적인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ASML에서는 한 중국 법인 직원이 자사 기술 정보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블룸버그는 이 직원이 노광장비 관련 세부 기술 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를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에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는 “ASML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중국에 상당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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