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돈 많이 못 쓰겠어요"…日 관광객 돌변한 이유 [이미경의 인사이트]

입력 2023-03-10 15:41   수정 2023-03-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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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우리 가게를 방문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습니다. 1주일에 한두 명 올까 말까 해요.”(박지현 서울 인사동 전통공예점 사장)

일본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작년 10월 이후 반년이 지난 현재 ‘동북아 관광 라이벌’인 한·일 양국의 외국인 방문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와중에 한국을 찾는 일본인의 발길은 급격히 줄어든 게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일 양국 관광객은 상대방 국가의 최다 방문객이다.
◆벌어지는 여행객 격차
10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43만4429명으로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1월(110만4803명)의 39.3%에 머물렀다. 올해 1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149만8300명으로 2019년 1월(268만9339명)의 55.7%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2019년 한 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숫자는 일본의 55%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엔 일본의 29%에 불과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입국자 수 격차가 코로나19 전보다 더 벌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엔 일본인들의 방한이 급격하게 줄어든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지난해 11월 31만5400명→12월 45만6100명→올해 1월 56만5200명으로 매달 10만 명 이상씩 불어났다. 반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지난해 11월 45만9906명에서 12월 53만9273명으로 늘었다가 올해 1월에는 43만4429명으로 19.4% 급감했다.
◆일본인, 한국 여행에 부담

일본인 관광객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한국 여행시장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숫자가 가장 많다. 그런 만큼 국내 여행업계는 일본인 관광객 유입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환율이 지목된다. 환율은 전통적으로 양국 간 여행시장의 핵심 변수였다. 2020년 2월 1191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 97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한국 여행이 정상화한 초기만 하더라도 ‘오랜 기간 못 갔던 한국에 빨리 가고 싶다’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다시 계산기를 두들기는 분위기”란 게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일본인도 있다. 글로벌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생활비지수는 70.37로 일본(64.59)보다 높다.

일본에서 450엔(약 4384원)에 파는 맥도날드의 대표 상품 ‘빅맥’ 단품이 한국에선 5200원이다. 이달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인 에리 스가하라 씨는 “원화가 비싼 데다 한국 물가도 많이 올라 예전처럼 돈을 많이 쓰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대국’의 저력
환율과 물가의 불가항력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흐름은 뼈아프다는 게 국내 여행업계의 시각이다. K콘텐츠가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적 인기를 구가함에 따라 여느 때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광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냈어야 했는데 손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관광산업 육성책을 하늘길이 닫혀 있을 때도 지속했다.

일본 내 여행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말 펼친 ‘전국여행지원’ 정책이 그런 사례다. 일본 국민이 국내 여행을 하면 1인당 하루 최대 1만1000엔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1 관광발전지수’ 평가 결과에서 일본은 117개국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중국의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한·일 모두 관광 업황이 연말까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외국인 유치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경/박시온/오유림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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