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며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10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1,909.64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56.73포인트(1.45%) 떨어진 3,861.59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99.47포인트(1.76%) 낮은 11,138.89로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 뱅크(SVB) 사태로 불거진 은행권 우려와 2월 고용 보고서에 주목했다.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SVB 은행을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1983년 설립된 SVB는 미국 내 16번째 규모 은행이다. 그간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을 고객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로부터 자금 유입이 끊겼고, 결국 자금 부족에 과거 비싸게 샀던 채권은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 이 조치로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전날 발표 이후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가속했다.
SVB는 증자와 매각으로 위기를 피하려 시도했으나 금융당국이 칼을 뽑아 들었다. SVB는 역대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가운데 두 번째 규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전문 지역 은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4% 이상 하락했다.
시그니처뱅크와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가 각각 22%, 14%, 37% 이상 추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4% 이상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0.8% 하락했다.
이와 함께 2월 고용 보고서에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이 31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2만5000명 증가를 웃돌았다. 1월 수치는 50만4000명으로 하향 수정됐다.
2월 실업률은 3.6%로 집계돼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월치(3.4%)에서 소폭 상승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3.4%보다 높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24% 올랐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4.62%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인 0.4%와 4.8% 상승을 모두 밑돌았다.
비농업 고용이 예상보다 증가했지만, 실업률이 오르고 시간당 임금이 둔화한 점은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금리 선물시장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60% 이상으로,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오르고, 임금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시장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음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SVB의 파산이 시장에 전이 위험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나쁜 소식보다는 좋은 소식을 많이 봤다"라며 "시간당 평균 임금이 기대를 밑돌았고, 실업률은 올랐으며, 경제활동참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오늘 보고서는 시장에 아마도 순풍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이 "완화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면서도 이달 금리가 추가로 0.50%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디파이언스 ETF의 실비아 자블론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미국 은행이 파산했고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며 "이번 파산이 SVB를 넘어 전이될지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2.19포인트(9.69%) 오른 24.80을 나타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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