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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은 대학 교육에 얼마나 지출할까?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한국보다 학생 1인당 대학 교육비를 덜 지출하는 국가는 6개국 (그리스, 리투아니아, 멕시코, 칠레, 터키, 콜롬비아)뿐이다. 한국이 30등이다. 그래도 2010년에는 우리 교육비가 OECD 평균의 74%는 됐는데, 2019년에는 더 나빠져서 64%에 머물고 있다. G5(독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국가 평균에 비교하면 우리 교육비는 2019년 기준 46%에 불과하다. G5 국가들이 노벨 과학상과 경제학상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그렇게 허리를 졸라매온 한국인들이 왜 이런 교육 현실을 만들었을까. 우리나라 사립대학 운영 비용의 대부분은 등록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그 발단은 반값 등록금 주장에 장단 맞춰 ‘표바라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2011년에 도입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고등교육법 11조 10항)다. 이는 직전 세 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를 대학이 어기면 교육부가 각종 제재를 가하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구나 이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의 등록금 인상도 실질적으로 불허돼 지난 10년간 사립대학 1인당 실질등록금은 25% 감소했고, 사립대학들은 2016년부터 운영 비용이 운영 수입을 초과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학의 대응은 되도록 비용을 줄이고 다른 수입원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교직원 충원이 안 되고, 교수들이 많은 과목을 가르치게 되니 교육의 질과 연구 업적은 떨어지고, 교직원 급여를 10여 년간 동결하니 사기는 저하된다. 미국 영국 등에 다 있는 전자 저널도 국대 대학 도서관에서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을 없애니 과목 다양성은 떨어지고, 대형 강의가 많아지니 뒷자리 학생들은 졸고 있고, 공부 못하는 정원 외 외국 학생 불러다가 등록금이나 챙기고…. 이 같은 현상들이 지금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 필자의 분야인 경제학에서는 국내 대학 조교수의 초임이 미국 대학 조교수 초임의 3분의 1도 안 된다.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부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줬다. 참 수고가 많았다. 등록금 인상은 막고,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에서 장학금 비중을 확 늘리니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적어진 것은 확실하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사립대학의 재정 피폐화와 교육·연구 질 저하는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정부의 예산으로 질 좋은 대학 만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대학에 자유를 주고 맡겨야 한다. 대학에 자유를 줘 스스로 양질의 교육과 연구를 제공하게 한다면 미래는 나아진다. 자유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발전의 원동력이다. 대학 자유의 첫 번째 출발은 고등교육법 11조 10항의 폐기다. 많은 한국 부모가 미래를 위해 좋은 대학 교육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미래를 망치는 법은 당장 좋아 보일지 몰라도 악법이고 폐기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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