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공장 줄줄이 가동하는데 "팔 곳이 없다"…한숨 짓는 기업들

올 하반기 국내에 액화수소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액화수소 생산기지 프로젝트들이 오는 5월부터 순차적으로 마무리되지만, 1차 수요처인 수소 차량의 보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액화수소 팔 데 없어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올해 약 4만t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5월 두산에너빌리티와 창원산업진흥원이 출자한 하이창원 경남 창원공장(연 1700t)을 시작으로 11월 SK E&S 인천공장(연 3만t), 12월 효성그룹과 린데그룹의 울산공장(연 5200t) 등이 차례로 준공된다. GS칼텍스도 경기 평택에 연산 1만t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정부가 마련한 액화수소 진흥계획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다.

문제는 액화수소의 수요처인 수소차 보급이 예상보다 느리다는 데 있다. 국내외에서 생산된 액화수소의 대부분은 수송용으로 쓰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은 올해 △승용차 1만6000대 △버스 700대 △화물차 100대 △청소차 120대 등 1만7000대가량의 수소차를 보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보급된 수소차(2만9700여 대)를 합하고 정부가 목표치를 채우면 연말께 수소차는 4만7000대로 늘어난다. 정부가 목표치를 다 채운다고 해도 수소차의 액화수소 수요량은 연 1만5000t 선에 그칠 전망이다.

수소 투자한 회사들 “내년이 더 걱정”

액화수소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수소차 보급 계획을 총괄하는 환경부와 산업부는 예산 문제로 대규모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소를 많이 사용하는 수소 버스의 경우 업계는 내년 6000대, 3년 뒤 1만1000대는 돼야 국내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를 최소한 소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정부의 수소 버스 보급 목표(700대)를 달성한다고 해도 연말 수소 버스는 1000대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트럭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디젤 트럭을 두고 비싼 수소 트럭을 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생산시설 준공을 앞뒀거나 투자를 발표한 기업들은 정부에 우려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수소차 보급량을 늘리는 등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부도 예산 부족으로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통상 수소 버스 한 대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제조사 등이 내는 보조금은 5억원 안팎이며 수소 트럭은 6억~7억원가량이다. 수소 버스 100대 보조금만 500억원이 필요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버스와 트럭 수요처를 더 발굴하고 수소차 보증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수소차 보급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