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체제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분양 당시 경쟁률이 1400대 1에 육박했던 인기 오피스텔도 분양 직후 수천만원에 달했던 웃돈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했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2021년 11월 청약 당시 139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 분양가가 15억5000만원부터 시작해 고가 논란이 있었지만, 89실 공급에 12만4426명이 뛰어들었다. 곧바로 프리미엄도 형성됐다. 8실뿐인 펜트하우스 프리미엄은 1억5000만원에 달했고 일반 유형도 층·실에 따라 5000만원 내외의 초반 프리미엄이 붙었다.
청약 당시만 하더라도 '못 구해 난리'였지만, 약 16개월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180도 역전됐다. 프리미엄을 포기한 '무피' 매물이 시장에 나왔지만 한 달이 넘도록 팔리지 않는 재고로 전락했다.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전용 84㎡ 분양권 호가는 15억6700만원부터 시작한다. 22~25층 분양가와 동일한 액수다.
지역 개업중개사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프리미엄을 많게는 1억원까지 받아야 팔겠다는 수분양자가 많았다"면서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2000만~3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은 감수할 테니 빨리 팔아달라는 연락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양가가 높은 탓에 (수요자에게) 연락이 쉽게 오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힐스테이트 과천중앙'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입주한 이 오피스텔 매물 호가는 전용 69㎡가 7억1000만원부터 시작된다. 해당 매물의 2019년 분양가 7억7500만원과 비교해 6500만원 낮은 액수다. 같은 오피스텔 전용 84㎡도 분양가 대비 약 5000만원 저렴한 7억5000만원부터 호가가 형성됐다.
오피스텔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났기에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분양가를 끌어올린 곳도 많았는데, 아파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애초 아파트의 대체제로 급부상했던 만큼, 아파트 가격이 저렴해지자 매력을 잃어버린 셈이다.
대출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오피스텔은 주택담보대출(LTV) 최대 70%가 적용됐지만, 지난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됐다. DSR 산정 시 실제 상환 기간과 관계없이 만기를 8년 고정으로 계산하기에 대출 한도도 대폭 줄었다. 정부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례보금자리론에서도 배제된다. 지원 대상을 주택법상 주택으로 한정하고 있어 건축법을 따르는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신청할 수 없다.
오피스텔 청약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청약받은 오피스텔은 4곳으로, 541실 모집에 659명만 지원해 평균 경쟁률이 1.22대 1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4634실에 5만211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1.25대 1이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방이 2, 3개 있는 오피스텔은 사실상 아파트 대체재"라며 "아파트를 사기 쉬운 상황에서는 수요자가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분양한 오피스텔들은 고급화로 분양가를 끌어올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저렴한 아파트 급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비싼 오피스텔이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내 오피스텔 수요가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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