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영국과의 100년 전쟁(1337~1453년)에서 마침내 승리했지만 막대한 전쟁비용으로 인해 프랑스 국민들이 빈곤과 기아에 시달렸다. 청일전쟁 승리로 재미를 본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켜 승리했지만 배상금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해 12억엔의 빚만 졌다. 중국 전국시대 병법가 오기(吳起)가 천하를 손에 넣으려면 한 번 싸워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며 “천하가 어지러울 때 다섯 번 싸워 승부를 결정지은 나라는 재앙을 면치 못하고, 네 번 싸운 나라는 피폐해진다”고 했던 이유다.
현대판 ‘승자의 저주’는 경매, 기업 간 인수합병(M&A) 등 경제 분야에서 흔하다. 1950년대 미국 석유기업들은 멕시코만 석유시추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만 해도 기술이 부족해 매장량을 정확히 모른 채 공개입찰을 벌였는데, 2000만달러에 낙찰받은 기업이 결과적으로 1000만달러를 손해 봤다. 미국 애틀랜틱리치필드(ARCO)사의 석유기술자 3명이 1971년 이를 논문으로 정리하면서 ‘승자의 저주’라고 표현해 유명해졌다. 1992년에는 미국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라는 책을 내 더욱 널리 알려졌다.
사람이나 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은 지나친 경쟁심, 승부욕, 욕심이 이성적 판단을 흐리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던 하이브가 전격적으로 발을 뺀 것은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욕심이 앞서면 목표점에 이를 수 없고(欲速不達·욕속부달),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過猶不及·과유불급)고 하지 않았던가.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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