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SVB와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다른 점을 집중 조명했다. 파산 원인은 물론 당국의 대처, 금융 시스템 전반의 환경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리먼브러더스 몰락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도화선이 됐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마구잡이로 주택담보대출을 내준 미국 금융권이 문제였다. SVB는 미국 장기국채라는 초우량 안전자산에 투자했으나 급격한 금리 인상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경우다. 국채 가격 하락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자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로 이어지며 파산에 이르렀다.
WSJ는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 은행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긴장은 크게 다르다”며 “SVB가 투자한 채권은 만기 시 전액 상환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시장을 초토화한 위험성이 큰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된 복잡한 신용 수단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처럼 전 세계로 여파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한 대처에 나섰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Fed) 등은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무관하게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회사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은행 고객을 보호하고 다른 은행의 뱅크런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개인 금융 소비자를 집중 지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기 때처럼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살리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지고 연방정부 부채 확대에 거부감이 큰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형 은행의 체질이 강화된 것도 차이점이다. NYT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형은행들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예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엄격한 자본 요건과 사업 다각화에 대한 규정이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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