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4일 14: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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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이 지난해 티몬에 이어 올해 위메프 인수도 추진한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자회사를 활용해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를 짤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계약이 유력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은 지난 1월 위메프에 회사 인수를 직접 타진한 이후 최고 경영층 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위메프에선 장석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주도로 거래 규모와 조건이 협의되고 있다. 양측 모두 별도의 자문사 없이 이달 중으로 인수합병(M&A) 계약 체결을 목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주된 협상 골조는 경영권 매각이다. 인수를 타진한 큐텐은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짰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활용한 포괄적 주식교환 구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위메프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큐익스프레스로 넘기고 그 대가로 큐익스프레스가 발행한 신주를 얻는 방식이다.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위메프는 큐익스프레스의 자회사가 된다. 경영권 거래지만 주식을 활용해 현금이 오가진 않는다.
거래 성사 시 위메프 주주들은 당장의 회수 부담은 피하면서 더 나은 회수 조건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된다. 위메프의 성장이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 상승에도 영향을 주니 위메프 대주주와 큐텐이 적극 협조할 수밖에 없어 '전략적 제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메프는 주주들로부터 주식교환 방식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에 있다. 위메프 최대주주는 지분 86.2%를 보유한 원더홀딩스다. 창업자 허민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게임 개발사인 원더피플과 위메프, 에이스톰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와 IMM인베스트먼트도 2015년 이후로 주요 주주로 있다. 각각 9%와 4.8% 지분을 들고 있다.
NXC와 IMM인베 입장에서 큐텐의 제안을 거절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팡과 네이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된 가운데 위메프의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위메프는 2021년 매출 2448억원, 영업손실 3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3853억원과 영업손실 542억원을 낸 2020년에 비해 손실 폭은 줄었지만 매출도 줄었다.
투자 기업가치 이상으로 가격을 맞춰줄 수 있는 새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NXC와 IMM인베가 투자한 2015년 위메프 기업가치를 1조원에 평가했다. IMM인베는 2019년 12월 웨스트원을 통해 위메프 주식을 추가 확보하면서 기업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매겼다.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2021년 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제안했다. 당시 이베이가 현금을 원하면서 협의는 중단됐다. 지난해 티몬에게도 같은 구조를 타진, 대주주인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합의를 끌어내 거래가 성사됐다. 구체적인 거래 구조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인수를 추진 중인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도 비슷한 형태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큐텐의 공격적인 확장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나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침체에 빠진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저가에 매수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복안으로 파악된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큐익스프레스는 큐텐이 자체 물류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회사로 국내·해외 풀필먼트와 배송, 화물 포워딩과 해외판매 컨설팅을 맡고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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