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국채, 금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위기설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불안 심리가 여전해서다. 주식 등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커지면서 아시아 증시는 동반 급락했다.
○주저앉은 아시아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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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올 들어 최악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56% 내린 2348.97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8일(-2.45%) 이후 5개월 반 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3.91% 급락하며 758.05에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조4210억원어치 팔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39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4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큰 한국 선물시장을 활용해 아시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회피(헤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이날 외국인의 대거 매도 이유를 설명했다.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속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 KT 등 99개 종목이, 코스닥시장에서는 138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미국 금융주 약세 여파로 KB금융(-3.78%) 하나금융지주(-3.86%) 등 은행주도 약세였다.
시장에서는 SVB 사태의 확대 여부와 환율이 증시 향방을 가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인 1300원대 초반을 유지한다면 외국인 수급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처럼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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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179%포인트 떨어진 연 3.515%로 마감했다. 국채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과 같은 말이다. 국채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미국 국채는 세계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광적인 수요가 이날 미국 국채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 선물(4월물) 가격은 같은 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2.6% 오른 트로이온스당 1916.5달러로 장을 마쳤다. 작년 11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이다.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를 넘긴 건 지난달 초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아카시 도시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금융 전체의 위험) 우려가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 국채나 금도 SVB 사태 추이에 따라 가격 급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고운/배태웅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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