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신분증 내밀며 성매매 예약…대법 "위법 아니다"

입력 2023-03-14 19:08   수정 2023-03-14 19:09


인터넷에서 타인의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한 행위는 ‘주민등록증 부정 사용’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4일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강도 등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 대해 주민등록법 위반은 무죄로 본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에서 태국 국적의 피해자 B씨를 전기충격기로 위협해 손발을 묶고 450만원가량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A씨는 방문 예약 과정에서 성매매 업자가 신분 확인을 요구하자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C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1심은 A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역시 죄질을 고려해 징역 3년 6개월로 형량을 늘렸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죄는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C씨 명의 주민등록증에 관해 행사한 것은 원본이 아닌 이미지 파일에 불과하다”며 이런 판단을 내린 것.

주민등록법과 시행령에 따라 ‘주민등록증 행사’ 행위가 성립하려면 주민등록증 원본 실물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가 주민등록증 원본을 직접 이용해 스스로 이미지 파일을 생성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누군가 이미 올려놓은 주민등록증 이미지 파일을 활용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신분 확인 과정에서 C씨 명의의 주민등록증 자체(원본)를 어떤 형태로든 행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미지 파일의 사용만으로는 주민등록증 부정사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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