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겪는 동시에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국내 3위 유업체 남양유업이 우선주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남양유업은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6월 전에 우선주의 발행주식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는 보다 간편한 방법인 우선주 액면분할을 요구한 반면, 회사측은 일반주주들의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시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남양유업 우선주의 총 발행주식 수는 16만6662주다. 금융당국이 2020년 강화한 거래 유동성 요건에 따른 우선주 최소 발행 주식 기준 20만주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관리종목에 지정됐고 6월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7월엔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남양유업 우선주의 주주구성은 외부에 알려진 적은 없지만 외국계 배당주 펀드가 절반, 일반 개인 주주가 나머지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나 회사는 우선주를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제 3자 배정 방식으로 홍 회장 일가나 다른 투자자가 증자를 하지 않는 이상, 일반 주주가 자금을 넣어야 상폐를 막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선 남양유업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일반 주주들의 추가 자금 투입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상폐요건을 해소할 수 있는 우선주 액면분할을 놔두고 굳이 회사측이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를 시장에서 납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반감때문에 주주의 입장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4일 공시한 ‘의결권대리행사권유에 관한 의견표명서’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먹튀(단기 투자 수익을 얻고 매각)’ 행보를 보인다”며 차파트너스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평소 시장과의 소통이 많지 않았던 남양유업의 이 같은 공격적인 의견 표명은 이례적이라는 게 증권가 반응이다.
남양유업은 “차파트너스 제안대로라면 자사주 매입에 1916억원이 드는데, 매년 7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회사에게 무리한 요구”라고 못을 박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자사주 매입은 소수주주에게도 투자회수의 권리를 주자는 제안”이라며 “남양유업의 비핵심자산과 운전자본이 약 4000억원에 달해 자금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회장은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던 한앤컴퍼니와의 소송에서 2심까지 패배하자 지난 2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와의 주식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수정/하지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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