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5일 14: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보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은 ‘달리는 기차’로 표현된다. 기차는 출발할 때보다 달리던 중 강제로 멈출 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부동산 개발사업도 그렇다. 개발 시행사가 사업부지에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기차(사업)는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개발 기간이 늘어지면 연료(자금)를 계속 넣어줘야 한다. 자금을 더 투입하지 못하면 기차는 막대한 비용과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
부동산 PF 사업은 미래의 미실현 개발이익을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투자와 대출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은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롱 포지션'(Long Position) 시장이다. 미래의 개발이익에서 기회를 보는 사람만 참여하는 제한된 시장이다.
개발사업을 위해 좋은 땅을 확보하려면 투자자에게 토지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시행사는 가장 현실적인 사업계획보다 가장 높은 개발이익을 낼 방안을 찾으려 힘쓴다. 이런 식으로 토지 거래가 경쟁적으로 발생한다면 부동산 가격 버블이 뒤따를 수 있다.
부동산 PF 시장이 가격 버블을 만들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이렇다. 첫 번째, 비효율적인 시장 가격 그 자체다. 두 번째, 부동산 경기 하락 기조로 나타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다. 세 번째, 거품과 사회적 비용 발생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다. 롱 포지션만 있는 시장은 자정이 어렵고, 이로 인한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가치 하락에서 기회를 찾는 '숏 포지션'(Short Position)은 정녕 없을까? 현실은 투자를 하지 않는 방법 외에 별다른 숏 포지션을 떠올리기 어렵다. 통상 PF 사업은 개발계획, 사업구조, 금융구조 등을 검토하고 내용이 비현실적일 경우 심의 단계에서 투자를 부결한다. 이밖에 NPL펀드나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펀드에 투자하는 등 과도한 롱 포지션으로 인해 발생한 부실에서 투자 기회를 얻을 순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PF 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제어할 장치가 시장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주식 시장의 공매도처럼 부동산 거품을 사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PF사업의 숏 포지션 투자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실화된 부동산 PF사업이 변화된 시장 환경에 유연히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부동산 PF 사업의 경로를 바꾸는 일은 만만치 않다. 부동산 개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시행사의 개발계획, 시공사의 공사계획, 금융기관의 파이낸싱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을 때 개발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합의된 사업계획은 이후 경색돼버린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부실화되더라도 각자의 의지만으로 사업을 멈출 수 없다. 기대 매출액 감소, 공사비 증가, 금융비용 증가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조정이 필요하다.
부실화된 PF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새로운 시장 환경을 반영한 가치 재평가,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과잉 투자된 부분이나 과도한 시장 기대를 걷어내고, 현재 시점의 냉정한 시장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