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내주 공개된다. 올해 공시가격은 실거래가 하락 등을 반영해 두 자릿수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내려가면 세금도 줄기에 주택 소유주라면 반길 일이지만, 이번 공시가격 인하 소식을 두고는 아파트와 빌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내주 공개된다. 당초 오는 17일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실거래가격이 올해 크게 하락해 추가적인 검증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올해 공시가격은 내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인하 폭을 확정한 뒤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년에 비해 공시가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집값이 대폭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서울이 22.09%, 전국은 16.84% 떨어졌다. 2006년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여기에 더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평균 69%)으로 낮춘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1.5%였는데, 이와 비교하면 2.5%포인트 낮아진다. 그 결과 공시가격도 다수 지역에서 10~20% 하락할 전망이다.
만약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0% 낮아지면 내야 할 보유세는 재산세 425만원과 종부세 245만원 등 약 670만원으로 줄어든다. 20% 낮아지면 재산세 361만원과 종부세 165만원 등 526만원 수준에 그친다.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유주라면 공시가격 인하는 반가운 이야기다. 하지만 빌라 소유주들의 표정은 어둡다. 가뜩이나 전세 사기로 빌라 기피가 확산했는데 공시가격 인하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마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월부터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강화된다. 전세가율 계산에 활용하는 공시가격 기준도 150%에서 140%로 낮아졌다.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낮아지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전셋값 상한선은 대폭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공시가격까지 저렴해지면 전셋값은 상한은 더 낮아진다. 지난해 2억65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10% 인하될 경우 5월부터 HUG 보증보험 가입 상한액은 2억8800만원으로 제한된다. 공시가격이 20% 깎이면 상한액은 2억6700만원까지 쪼그라든다.
지역 개업중개사는 "전세 사기 우려에 세입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빌라 전세는 HUG 보증보험은 필수적"이라며 "임대인들은 시세와 상관없이 보증금을 대폭 낮춰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이 크게 깎인다면 새로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 이전 임차인 보증금을 내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 중개팀장은 "갭투자를 했던 임대인에게는 반전세로 전환해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것이 방법"이라며 "보증보험 요건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나머지 액수는 월세로 돌리는 임대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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