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인수한 EQT 서상준 한국 대표 "소상공인 점포 무인화 성장 잠재력 크다"

입력 2023-03-16 10:22   수정 2023-04-27 09:09

이 기사는 03월 16일 10: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노령의 경비원 혹은 사장님, 아르바이트 생이 직접 야간까지 3교대로 사업장을 지키는 근무 환경은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SK쉴더스를 제대로 키워 한국 소상공인들의 보안과 점포 무인화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습니다.”

서상준 EQT파트너스 한국 법인 대표(사진)는 15일 기자와 만나 “국내 중소형 건물 약 30만 곳 중 SK쉴더스, 에스원과 같은 보안 솔루션을 도입한 곳은 아직도 10%가 안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노동집약적인 보안 시스템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고 이를 대체할 SK쉴더스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운용자산이 113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EQT는 올해 2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첫 투자 대상으로 SK쉴더스를 낙점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SK스퀘어 보유 지분(63.10%) 중 28.82%를 인수하고 2대주주인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 보유 지분(36.87%) 전량을 매입하는 데 1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SK쉴더스가 발행한 신주 약 2000억원 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총 2조원 규모의 '빅 딜'이다. 기업결합신고 등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내에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국내 보안 산업이 SK쉴더스와 에스원 등 대형 업체 간 과점 구도로 굳혀져 성장성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 대표는 “보급률이 낮은 중소형 건물 뿐 아니라 시장 전체로 보아도 국내 보안 솔루션의 보급률은 아직 30%에 불과하고 매년 6% 넘게 성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진입장벽이 뚜렷한 데다 경기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 대상으로 매우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론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SK쉴더스를 주력 사업인 물리 보안에 더해 ‘점포 무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EQT의 청사진이다. 서 대표는 "무인 매장에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이상 징후를 감지해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자동으로 출동을 요청하고, 더 나아가 보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SK쉴더스 뿐”이라며 “350만명의 소상인 중 1%만이 무인 점포를 도입 중인데 이 비중이 수년내 최소 10%까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중 상당수를 SK쉴더스가 맡으면 기업가치는 급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QT의 이번 투자는 SK그룹 내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와의 첫 거래로 주목받기도 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도 SK쉴더스의 매각을 공식 발표하며 “글로벌 성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며 EQT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발렌베리가문 전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회사 성장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EQT 특유의 문화가 SK그룹과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PEF가 흔히 인수 과정에서 인수금융을 활용하고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면 EQT는 유사 기업을 M&A하거나 재투자하는 데 집중한다”며 “집요할 정도로 회사 성장에 집중하는 게 EQT 특유의 문화”라고 말했다.

EQT는 인수 및 투자한 회사에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의무화한다. 서 대표는 “EQT의 모든 투자 회사의 이사회에선 소위 말하는 '금융쟁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EQT 운용역 딱 1명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수십년 경험을 쌓은 전직 CEO 출신 등 산업 베테랑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이 회사를 경영하는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인수 직후 산업전문가들이 총 투입돼 만드는 풀포텐셜플랜(FPP·Full Potential Plans)도 EQT만의 독특한 투자 문화다. 회사의 방향성과 5개년 성장계획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M&A 목록 등을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한다. 이사회는 회사 경영진이 FPP를 이행하는 지를 검토하고 감시한다. FPP가 목표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을 때 투자금 회수 논의를 시작하는 게 EQT의 전통이다.

서 대표는 “서울에 합류하기 전 호주에서 뉴질랜드 최대 실버타운 중 하나인 메트라이프케어(Metlifecare) 포트폴리오 관리 과정에서 FPP에 참여해 앞으로 인수해야 될 노인 요양시설들을 나열하고 분석한 경험이 있다”며 “이전에도 다른 사모펀드에서 일하며 100일 플랜 등을 짠 경험은 있었지만 단연컨데 세계에서 가장 디테일하고 회사의 본질을 탐구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EQT 서울사무소 대표로 낙점된 서 대표는 본격적인 한국 업무는 올해 2월이 되서야 시작했다. 그는 EQT 독일 사무소에서 7개월을, 호주 사무소에서 약 1년여간 근무하며 EQT 문화를 체득하는 시간을 보낸 후 서울사무소에 투입됐다. 고위급 투자인력을 영입하면 본사에 파견해 독특한 투자 문화와 엄격한 거버넌스 도입을 체득하도록 하는 것도 EQT 특유의 전통이다.

서 대표는 “칼라일이 SK쉴더스(당시 ADT캡스)를 매물로 내놓았던 2017년에도 EQT 내부에서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아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검토를 접었다”며 “글로벌 PEF들이 홍콩 등 아시아 본부나 본사에서 한국 딜을 검토하는 것과 달리 철저히 현지화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점도 EQT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EQT는 인력 채용과 교육에 있어서도 수 년을 고심할 정도로 신중하고 단 한번도 진출한 국가에서 철수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가 펀드 수익률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접점을 찾겠다는 게 EQT의 청사진이다. EQT는 인수 이후 SK쉴더스가 보유 중인 1000여대의 출동 차량을 전기화 혹은 수소화 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SK쉴더스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심야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인적자원을 효율적인 곳에 투입하도록 돕는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상준 EQT 한국 대표는…

서상준 대표는 2021년 9월 인프라 팀의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했다. EQT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매니징디렉터로 재임하며, 아시아 프라이빗 에쿼티 바이아웃 오퍼튜니티 투자를 주력으로 담당했다. 그 이전에는 유니타스캐피탈(구 JP모건 파트너스 아시아)과 JP모건 투자은행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B.S.)과 경제학(B.A.)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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