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6일 10: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노령의 경비원 혹은 사장님, 아르바이트 생이 직접 야간까지 3교대로 사업장을 지키는 근무 환경은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SK쉴더스를 제대로 키워 한국 소상공인들의 보안과 점포 무인화를 책임지는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습니다.”
서상준 EQT파트너스 한국 법인 대표(사진)는 15일 기자와 만나 “국내 중소형 건물 약 30만 곳 중 SK쉴더스, 에스원과 같은 보안 솔루션을 도입한 곳은 아직도 10%가 안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노동집약적인 보안 시스템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고 이를 대체할 SK쉴더스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운용자산이 1130억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EQT는 올해 2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첫 투자 대상으로 SK쉴더스를 낙점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SK스퀘어 보유 지분(63.10%) 중 28.82%를 인수하고 2대주주인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 보유 지분(36.87%) 전량을 매입하는 데 1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SK쉴더스가 발행한 신주 약 2000억원 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총 2조원 규모의 '빅 딜'이다. 기업결합신고 등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내에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국내 보안 산업이 SK쉴더스와 에스원 등 대형 업체 간 과점 구도로 굳혀져 성장성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 대표는 “보급률이 낮은 중소형 건물 뿐 아니라 시장 전체로 보아도 국내 보안 솔루션의 보급률은 아직 30%에 불과하고 매년 6% 넘게 성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진입장벽이 뚜렷한 데다 경기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 대상으로 매우 매력적인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론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SK쉴더스를 주력 사업인 물리 보안에 더해 ‘점포 무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EQT의 청사진이다. 서 대표는 "무인 매장에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이상 징후를 감지해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자동으로 출동을 요청하고, 더 나아가 보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SK쉴더스 뿐”이라며 “350만명의 소상인 중 1%만이 무인 점포를 도입 중인데 이 비중이 수년내 최소 10%까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중 상당수를 SK쉴더스가 맡으면 기업가치는 급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QT의 이번 투자는 SK그룹 내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와의 첫 거래로 주목받기도 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도 SK쉴더스의 매각을 공식 발표하며 “글로벌 성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며 EQT를 언급하기도 했다.
EQT는 인수 및 투자한 회사에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의무화한다. 서 대표는 “EQT의 모든 투자 회사의 이사회에선 소위 말하는 '금융쟁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EQT 운용역 딱 1명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수십년 경험을 쌓은 전직 CEO 출신 등 산업 베테랑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이 회사를 경영하는 문화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인수 직후 산업전문가들이 총 투입돼 만드는 풀포텐셜플랜(FPP·Full Potential Plans)도 EQT만의 독특한 투자 문화다. 회사의 방향성과 5개년 성장계획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M&A 목록 등을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한다. 이사회는 회사 경영진이 FPP를 이행하는 지를 검토하고 감시한다. FPP가 목표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을 때 투자금 회수 논의를 시작하는 게 EQT의 전통이다.
서 대표는 “서울에 합류하기 전 호주에서 뉴질랜드 최대 실버타운 중 하나인 메트라이프케어(Metlifecare) 포트폴리오 관리 과정에서 FPP에 참여해 앞으로 인수해야 될 노인 요양시설들을 나열하고 분석한 경험이 있다”며 “이전에도 다른 사모펀드에서 일하며 100일 플랜 등을 짠 경험은 있었지만 단연컨데 세계에서 가장 디테일하고 회사의 본질을 탐구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EQT 서울사무소 대표로 낙점된 서 대표는 본격적인 한국 업무는 올해 2월이 되서야 시작했다. 그는 EQT 독일 사무소에서 7개월을, 호주 사무소에서 약 1년여간 근무하며 EQT 문화를 체득하는 시간을 보낸 후 서울사무소에 투입됐다. 고위급 투자인력을 영입하면 본사에 파견해 독특한 투자 문화와 엄격한 거버넌스 도입을 체득하도록 하는 것도 EQT 특유의 전통이다.
서 대표는 “칼라일이 SK쉴더스(당시 ADT캡스)를 매물로 내놓았던 2017년에도 EQT 내부에서 관심이 있었지만 한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아 현지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검토를 접었다”며 “글로벌 PEF들이 홍콩 등 아시아 본부나 본사에서 한국 딜을 검토하는 것과 달리 철저히 현지화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점도 EQT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EQT는 인력 채용과 교육에 있어서도 수 년을 고심할 정도로 신중하고 단 한번도 진출한 국가에서 철수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가 펀드 수익률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접점을 찾겠다는 게 EQT의 청사진이다. EQT는 인수 이후 SK쉴더스가 보유 중인 1000여대의 출동 차량을 전기화 혹은 수소화 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SK쉴더스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심야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인적자원을 효율적인 곳에 투입하도록 돕는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상준 EQT 한국 대표는…
서상준 대표는 2021년 9월 인프라 팀의 매니징 디렉터로 합류했다. EQT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매니징디렉터로 재임하며, 아시아 프라이빗 에쿼티 바이아웃 오퍼튜니티 투자를 주력으로 담당했다. 그 이전에는 유니타스캐피탈(구 JP모건 파트너스 아시아)과 JP모건 투자은행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B.S.)과 경제학(B.A.)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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