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했다"…SNS서 벌어진 '범죄 자작극'

입력 2023-03-15 12:18   수정 2023-03-16 09:32


남성들에게 납치 및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20대 여성이 징역 8년 6개월의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둔기로 자해한 뒤 범행을 꾸며 무고한 남성들을 '아시아계 범죄자'로 몰아가서다.

15일(현지시간)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거짓 증언 등 사법 체계 방해 관련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엘리너 윌리엄스(22)에게 이 같은 판결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2020년 5월 윌리엄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남성 여러 명으로부터 납치 및 폭행,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글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눈이 크게 멍들고 손가락 일부가 잘린 사진을 올리고 피해를 호소해 누리꾼들 사이 논란이 일었다.

해당 글과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지자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 지역 해안가 인구 5만명 배로우 마을에 시위대가 몰려오고, 극우 단체들도 주목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페이스북에는 '엘리에게 정의를'이라는 세계적 연대 모임이 만들어지고, 회원 수가 1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윌리엄스는 무고한 남성 3명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6개를 사용해 가짜 SNS 아이디를 만든 뒤, 해당 계정을 조작해서 남성들이 '아시아 성폭행 범죄자'처럼 보이게 꾸몄다.

이후 법원에 불려간 남성들은 "삶이 지옥이 됐다", "자살을 시도했다"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중 40대 남성 한명은 SNS로 연일 살해 위협을 받았고, 다른 한명은 강간범으로 누명을 쓰고 결국 73일간 구금됐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윌리엄스가 SNS에 게시한 잘린 손가락 사진은 그가 슈퍼에서 산 둔기로 직접 낸 상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간범으로 지목된 남성의 SNS 계정은 윌리엄스의 집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만들어졌으며, 본인이 남성들에게 납치됐다고 말한 시점에는 혼자 호텔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1월 배심원단은 윌리엄스의 사법 체계 방해 등 9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윌리엄스의 성폭행 주장들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결론 내렸고, 그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거나 범죄 이유를 해명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스는 법원에 제출한 편지에서 "실수를 한 걸 알고, 남성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변명하진 않겠지만 어리고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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