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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개미는 지수 '상승'에 기관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상품 투자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VB 사태 후 최근 3일간(13~15일)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 ETF'를 76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개인투자자들 순매수 종목 순위 3위에 해당하는 금액 규모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추종 지수가 오르면 지수 상승률의 두 배가량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개선된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2월 CPI 전년 동월보다 6%로 올라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Fed의 긴축 효과가 물가에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최근 3일 기관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4502억원 사들였다. 기관 순매수 종목 1위에 해당하며 2위인 삼성전자(1050억원)보다 약 3000억원 더 사들였다. 이 상품은 코스피가 내려갈 때 하락률의 두 배를 이익으로 얻는 이른바 '곱버스' ETF다.
전문가들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망할 것을 제안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악재를 소화하며 하루 만에 반등했다"면서도 "미국의 CPI가 안심할 단계는 아니고, 제2의 SVB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수가 대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지지 않아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달 FOMC 전까지는 관망세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견조해 Fed가 갑자기 피봇(통화정책 방향전환)할 가능성은 작다"며 "SVB 사태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강화할 수 있고, 스타트업도 피해를 받을 수 있어 경기가 노랜딩(무착륙)은 커녕 연착륙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FOMC가 예정된 다음 주까지 주가가 일정한 방향성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며 "FOMC 결과 발표 후 매수에 나서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랜딩은 실물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의미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S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시에서 금융주가 크게 하락했고,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된 건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면서도 "CS가 아직 대규모 인출을 감내할 수 있고, 스위스 정부 차원의 지원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Fed가 이달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52.4%,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47.6%에 달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전날(30.6%)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3월 FOMC는 오는 21일 열린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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