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불황과 함께 얼어붙었던 ESG 펀드들이 다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주요 ESG 펀드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음에도, 향후 수익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계속되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개월 사이 SRI(사회책임투자)펀드에 109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SRI 펀드는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 지역사회 공헌, 지배구조 등 사회적책임을 잣대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NH-Amundi 올바른 지구 OCIO 자산배분'(416억원), '마이다스책임투자'(92억원), 한국투자지속가능미국와이트모트(28억원), 트러스톤ESG레벨업(26억원) 등에서 자금유입이 관찰됐다.
다만 투자자 기대만큼의 수익률은 내지 못했다. SRI펀드 전체의 지난 한달간 평균 수익률은 -2.15%였다. NH-Amundi 올바른 지구 OCIO 자산배분(-1.07%), 마이다스책임투자(-3.87%) 등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수익률이 좋지 못함에도 자금은 꾸준히 유입된 셈이다.
우수한 ESG 역량을 지닌 기업의 채권만을 선별해 투자하는 ESG 채권 펀드도 같은 기간 88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관찰됐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605억원) 한국투자e단기채ESG(492억원) 등에서 뭉칫돈의 자금이 들어왔다. 두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0.68%, 0.5%였다.
연초부터 이어져온 주주행동주의 열풍이 지배 구조와 관련해 투자하는 ESG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SG 공시 강화, ESG 채권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 당국의 정책도 ESG 펀드 시장 전체의 수급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두 흐름 모두 일시적 변화가 아닌만큼 당분간 단기 수익률과 관계없이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SG관련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보는 '큰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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