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사과 발언 없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수준에 머물렀고,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징용 배상에 대한 일본 피고 기업들 참여가 불확실한 것 등 아쉬운 점은 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미·중 패권 경쟁, 공급망 문제 등 어느 모로 보나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한·일 관계 업그레이드는 숨넘어가는 상황이다. 켜켜이 쌓인 과거사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리 없다. 두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만나 구체적 결과물을 하나씩 내겠다고 한 만큼 공든 탑을 쌓듯 신뢰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해법을 내놓으면서 이뤄졌다. 그런 만큼 일본도 더 이상 혐한(嫌韓) 발언 등 돌출 언행으로 양국 사이를 도돌이표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한국 야당도 시대에 뒤떨어진 죽창가 타령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이번 회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는 있지만 한국이 도덕적, 외교적 주도권을 쥐면서 일본이 따라올 수밖에 없게 됐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반일(反日)이 아니라 극일(克日)이다. 양국 모두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번 정상회담이 가치동맹을 더 긴밀히 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틀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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