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70조 긴급수혈'로 고비 넘겼지만…"부실 규모 알 수 없다"

입력 2023-03-16 18:06   수정 2023-03-17 01:44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파산한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계 9대 투자은행(IB)이어서다.

긴급 지원받는 CS
크레디트스위스는 16일 스위스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강화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대 30억스위스프랑(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채무증권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가로 확보한 유동성으로 핵심 사업과 고객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스위스국립은행과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전날 “필요한 경우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 우려를 증폭시켰다.

SVB 파산 이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지면서 15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장중 30.8% 급락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의 지원 계획이 나오자 낙폭을 줄여 24.2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확산 초반 각국 중앙은행이 은행권에 유동성을 공급한 적이 있지만 개별 지원은 아니었다”며 “크레디트스위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주요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개별 자금 지원을 받게 됐다”고 했다.
“자생력 의심된다”
스위스국립은행의 대규모 지원에도 시장의 불안심리가 여전한 것은 크레디트스위스의 덩치 때문이다.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스위스는 자산 규모가 5313억스위스프랑(약 753조원·2022년 말 기준), 직원은 5만 명에 이른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는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파괴력이 있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나섰지만 크레디트스위스의 재무 부실을 충분히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발견했다고 인정한 ‘중대한 약점’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아서다. 로이터는 “크레디트스위스는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어 고객 예금 지급과는 별개로 자생력을 의심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금융당국이 크레디트스위스와 관련한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를 파악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이고 미국 재무부도 은행들에 크레디트스위스와 관련한 자금 규모를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레디트스위스와 거래해온 은행들이 유사시에 대비해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신용파생상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경기 침체 당겨지나
SVB 파산 여파로 미국의 경기 후퇴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CNBC가 이날 보도했다. 월가는 애초 올해 하반기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봤지만, 금융권 대출이 위축돼 이 시기가 더 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불안심리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날 안전자산인 금 선물 가격은 4월 인도분 기준으로 트로이온스당 1.1%(20.4달러) 오른 1931.3달러에 마감해 6주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16일 소폭 떨어진 1918.1달러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141%포인트 하락한 연 3.492%를 기록, 연 3.5% 아래로 내려갔다. 채권 금리 하락은 곧 채권값 상승을 뜻한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5.2%(3.72달러) 떨어진 67.61달러에 거래를 마쳐 2021년 12월 3일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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