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서 공기만 판다"는 롤렉스 깜짝 결정…품귀 사라지나

입력 2023-03-18 18:23   수정 2023-03-18 18:24


"롤렉스 매장에는 공기만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품귀 현상을 빚던 롤렉스가 생산 시설을 대거 늘리기로 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롤렉스가 수급 안정을 꾀해 성장을 이어갈지 희소성 감소로 인기가 시들해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는 스위스 서부 프리부르주에 임시 생산 시설 3곳을 만들 계획이다. 올해 말 착공해 이르면 2025년부터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롤렉스는 스위스에서 4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스위스 뷜에는 다섯 번째 영구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도 밝혔다. 롤렉스는 블룸버그에 보낸 성명에서 "뷜의 새로운 생산지는 이 세 곳의 임시 생산 시설과 마찬가지로 롤렉스가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성장을 지원하며, 계속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롤렉스는 그간 공급 부족을 겪어오면서도 생산을 늘리지 않았다. 롤렉스는 지난 2021년 9월 "현재 공급이 수요를 완전히 따라갈 수 없다"면서도 "적어도 시계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는 안 된다. 제품의 품질이 절대로 손상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롤렉스가 연간 생산하는 시계의 수는 100만개로 추정된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530억 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명품 시계 시장은 2026년 660억 달러(약 82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롤렉스가 부커러(Bucherer)와 터너(Tourneau) 등 중고품 공식 딜러들과 함께 중고 시계 시장에 진입한 것도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야후 파이낸스는 평가했다. 중고 명품시계 딜러인 윈드 빈티지의 에릭 윈드는 "롤렉스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애호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롤렉스 애호가들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롤렉스는 국내 명품 시장에서도 매출 기준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다. 코로나19 사태 후에는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돼 공급에 차질이 생겼으나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아 소비자들의 구매가 어려웠다. 이에 "롤렉스 매장에선 공기만 판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품귀 현상에 중고 시장에서 2~3배의 웃돈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명품의 경우 공급을 늘려 희소성이 감소하면 인기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롤렉스가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고, 생산을 좀 늘려도 희소 가치를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중성이 올라간다고 해도 다른 대안이 마땅한 게 없으면 별 영향이 없지만, 명품은 희소성이 감소하면 관심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며 "보통 생산을 늘리게 되면 제품군을 다각화하는 등 전략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어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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