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미국에서 약국 처방 약과 똑같은 모양으로 대량 유통돼 이를 복용한 청소년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플레이노시 교육 당국에 따르면 이 지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최근 펜타닐을 함유한 알약을 복용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교육 당국은 '마약 주의·예방 경보'를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펜타닐의 위험성이나 유통 실태를 잘 모르는 부모들을 위해 오는 21일 관련 다큐멘터리 상영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 북쪽에 있는 이 도시에서는 최근 6개월간 중고생 3명이 펜타닐 복용으로 사망했다.
숨진 학생 중에는 14세 소년도 포함됐고, 또 다른 학생 10여명은 비슷한 시기 펜타닐이 함유된 알약을 복용했다가 응급 치료를 받고 고비를 넘겼다.
이 지역 중고교에서 펜타닐 알약이 유통된 것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는 마약상 3명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달 수사 당국에 체포된 뒤 금지약물 소지·유통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일부 학생들을 이용해 이 알약을 교내에 널리 퍼지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복용한 알약은 약국에서 처방되는 진짜 진통제와 똑같은 모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펜타닐 복용 후 숨진 한 고교생의 부모는 "딸이 이 알약 1개를 먹은 뒤 곧바로 사망했다"면서 "아이가 누군가에게서 일반적인 진통제라는 얘길 듣고 구입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마약단속국(DEA)은 펜타닐을 함유한 이런 알약을 '가짜 약(Fake Pill)'으로 지칭하면서 이 알약에 대해 홈페이지에 알리고 있다.
DEA에 따르면 최근 마약 범죄 조직들이 이 알약을 합법적인 처방 약과 비슷한 모양으로 대량 생산해 미국 내에서 유통하고 있다.
DEA는 이 가짜 알약이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알프라졸람 등 합법적인 약과 비슷한 모양이라면서 아주 흡사한 모양의 두 알약 사진을 비교해 게시했다.
또 DEA는 "연구소의 분석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약' 10개 중 6개가 1알만으로도 생명에 치명적인 용량의 펜타닐을 함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짜 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판매되고 있어 미성년자를 포함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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