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CEO 예측, 2만5,000달러 시대 선점이 중요
본격적인 전기차 가격 전쟁이 벌어질 태세다. 물론 이때 가격은 보조금이 전혀 없을 때를 가정한다. 어차피 사라질 보조금 의존도를 벗어나 제조사 스스로 소비자 부담을 줄인 전기차를 만들어야 지속 생존이 가능함을 스스로 깨달은 결과다.
포화는 폭스바겐이 먼저 쏘아 올렸다. 최근 글로벌 컨퍼런스를 통해 2만5,000유로, 우리 돈으로 3,00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의 전기차 I.D. 2all을 공개하며 2025년 출시를 공언했다. 1회 충전으로 450㎞(WLTP 기준)를 주행하며 최고 시속은 160㎞를 설정했다. 길이는 4,050㎜로 코나 및 니로보다 작다. 굳이 비교하면 지금은 단종된 엑센트 정도 크기에 해당한다. 완성차업계에선 1회 충전으로 450㎞를 주행하려면 약 55~60㎾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관건은 향후 탑재할 배터리의 종류다. 3,000만원 초반의 가격을 설정하려면 60㎾h의 배터리 소재로 값 비싼 삼원계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산철(LFP) 계열의 배터리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인산철은 중국이 소재 공급망을 쥐고 있어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가격을 낮추려면 폭스바겐이 직접 셀 제조에 나서는 방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목받는 곳이 스웨덴에 본사를 둔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다. 폭스바겐은 이미 20%의 지분을 투자했고 지난해 7월 노스볼트는 폭스바겐 요청으로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의 원통형 배터리를 2025년부터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상황을 대입하면 결국 3,000만원 초반의 가격으로 내놓을 I.D. 2all에 노스볼트의 원통형을 사용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나아가 그보다 작은 전기차는 3,000만원 이하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도 불태우고 있다. 한 마디로 저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 전동화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려는 셈이다.
물론 테슬라도 비슷한 목표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2만5,000달러 전기차를 올해 내놓을 계획인데 핵심은 생산공정의 단순화다. 배터리 가격도 낮춰야 하지만 생산 공정 및 옵션 단순화를 통해 가격 인하를 장담하고 있다. 자칫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후발주자에게 내어줄 경우 주력 차종도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후발 주자들은 투자금이 충분한 대형 자동차기업이어서 어설프게 대응하면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전기차 초기는 비싼 배터리 가격 탓에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급형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수순이기 때문이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는 현대기아차도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기아는 2025년에 내놓을 소형 전기 SUV 가격을 3,000만원대로 설정했다. 세금 인하 혜택과 보조금이 동시에 사라졌을 때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결과다.
이런 이유로 제조사들의 관심은 충전 인프라에 꽂혀 있다. 인프라 구축이 잘될수록 충전의 어려움이 사라져 1회 충전 주행거리 부담이 줄어드는 탓이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과 함께 전기차도 함께 늘어 이용자의 불편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상용 전기차도 속속 투입되면서 충전을 위한 대기 시간마저 생겨나는 게 고민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전기차로의 전환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제조사가 판매하는 자동차 가운데 일정 부분은 반드시 전기차로 구성되도록 강제하는 탓이다. 그리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패널티를 내야 하는데 벌금 내느니 차라리 빠르게 전환하는 게 제조사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이다.
보급형 전기차가 중요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판매에서 전기차 혼합 비중이 높아지고 보조금이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일한 돌파구는 반 값 전기차 외에 없어서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중국 전기차의 해외 확대는 위협적인 요소다. 인산철 계열의 저렴한 배터리 가격을 보다 낮추기 위해 배터리팩 탑재 구조를 개선하고 셀의 에너지 밀도를 꾸준히 높여가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슬쩍 제안한다. 가격 낮추려면 중국산 배터리를 쓰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걸 쓰지 못하도록 미국은 IRA, 유럽은 핵심원자재법을 만들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춰 결국은 수출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한국이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이유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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